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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걸음 Jun 18. 2019

“생명 존중과 자살 예방을 위한
종교인의 성찰” 토론문

[필자 주] 이 글은 한국종교연합(URI-Korea)의 제98차 평화포럼 <생명 살리기-자살 예방을 위한 종교인 포럼>(2019.6.18, 성공회 서울주교좌성당 프란시스홀)에서 김용휘 교수(전 천도교한울연대 공동대표)의 발표문 "생명 존중과 자살 예방을 위한 종교인의 성찰: 물신주의와의 전면전과 고통의 치유)에 대한 '토론문'입니다. 


"생명 존중과 자살 예방을 위한 종교인의 성찰 : 물신주의와의 전면전과 고통의 치유"에 대한 토론문 


박길수 (개벽신문 주간) 



1. 토론에 즈음한 소감 


동학 천도교에 대한 철학적 연구는 물론이고 생명평화 운동의 최전선에서 온몸으로 그 철학과 사상을 실천해 나가고 있는 김용휘 교수의 귀중한 발표문에 토론을 하게 되어서 기쁘다. 발표의 내용은 구태여 논평을 할 필요가 없을 만큼 현실의 진단과 대안을 촘촘하게 잘 정리해 주었다. 이 논문을 통해서 많은 계발을 받았고, 영감을 얻었고, 실천을 위한 에너지를 얻었다. “생명 존중과 자살 예방”이라는 주제 자체는 종교인은 물론이고 우리 사회 시민/국민/인민 모두의 공통 과제이며, 최우선 과제이고, 한시도 지체하거나 유예할 수 없는 주제이므로, 앞으로도 더 많은 자리에서, 더 다양한 형식으로 이러한 논의와 공감이 확산되기를 기대한다. 


2. 발표문의 요지 


1) 머리말에서는


(1) 자살 관련 각종 지표들을 통해 실질적으로 세계 자살률 1위인 한국사회의 현실을 진단하였다. “한국에서 자신의 목숨을 위협하는 가장 위험한 인물은 바로 자기 자신”이라는 역설적인 문장으로서, 우리 사회, 우리 자신이 처한 모순적인 상황을 명쾌하게 진단해 주었다. 

(2) 이에 대한 지자체나 정부, 관련 시민사회단체의 대응을 일별하고, 대증요법을 넘어 “보다 근본적인 원인분석과 대안”을 제시하기 위해 “사회경제학적, 문화적 분석”과 아울러 “특히 종교적인 관점에서 이 문제를 깊이” 들여다보고, “근본 원인과 대안을 모색”하겠다고 하였다.


2) 이어 한국사회의 자살률이 이처럼 높은 원인에 대해서  


(1) 행정적, 제도적인 측면으로 “국민 생명에 대한 보호와 관리 시스템, 사회안전망이 충분히 갖춰지지 못”하였다고 진단하면서 “자살 위기에 있는 위험군에 대한 정보 관리와 의료행정적인 도움 체계, 관련 법령의 정비”가 시급하다고 지적하였다. 

(2) 사회경제적 원인으로 “경제위기” 표면 현상의 이면에 “소득불평등, 사회양극화가 초래한 차별과 무시, 그리고 물신주의”라는 고질이 있으며 한국사회가 “기존의 공동체”가 파괴되고 시민/국민/인민들의 “마음이 메마르고 각박하게” 되어 모두를 “고독한 전사로 만들었다”고 진단하였다. 한마디로 지금 우리 모두가 “불행사회, 경쟁사회, 불안사회”에 살아가면서 “과학만능”이 불러 온 생명경시 풍조, 가부장적인 문화에 구애된 것이 중요한 원인이라는 것이다. 

(3) 이러한 외적인 원인 이외에 개인의 심리적인 원인도 무시할 수 없다고 보았다. 이는 한국사회의 교육 구조의 문제, 급격한 변동에 적절히 대처하지 못한 사회구조 및 의식구조의 변화, 전통적인 공동체-개인 관계의 재정립을 제대로 하지 못한 점 등을 지적하였다.


3) 이에 문제의 현황과 원인에 대하여 ‘종교인으로서의 대안’을 모색하면서,


(1) 물신주의에서 생명주의로의 전환에 관해 

첫째, 물신주의에서 생명주의로의 전환을 위해 전체 사회 구성원이 동의하는 가운데 물질적 성취와 풍요를 성공의 기준 또는 문제 해결 방안, 가치 추구의 궁극으로 삼는 사회 분위기, 태도, 정책, 제도를 생명 본위 사회로 전환시켜 가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하였다.

둘째, 과학기술 만능주의로부터의 탈피를 제안하였다. “자본과 과학”에 점령된 근대사회 체제에 대한 근본적인 반성과 혁신을 통해 “생명의 세계관으로의 전환”을 주장하였다. 동학의 시천주의 진리처럼, 과학적 성취를 도외시하지 않되 “생명의 전일적 관점에서 우주와 인간을 새롭게 바라보”는 노력이 종교적으로 필요하다고 보았다. 

셋째, 남의 시선을 의식하거나 가부장주의에 의존하는 데서 탈피하여, 자존감을 높이는 사회, 건강한 개인주의를 양성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진단하였다. 특히 인문학의 인문학이라고 할 종교가 “다양한 삶, 다른 삶의 가능성에 대해 상상력을 주는” 역할을 다하자고 제안하였다. 

(2) 심리적인 치유를 위해 “‘고통’을 느끼는 것은 차라리 아직 정신적 건강함이 남아 있다는 증표”라는 점을 자각하고, 고통을 새로운 삶으로의 전환 계기로 삼는 것이 필요하다고 진단한다. 특히 종교인들은 “참된 영성이란 내면에 깊은 평화와 기쁨이 흘러넘치게 하는 것”이라는 관점을 설교나 강좌 등을 통해 신도나 시민들에게 전파해 나가자고 제안하였다. 


4) 결론 부분에서는  


(1) “병든 사회를 치유하고, 개인의 정신적 고통을 극복할 수 있는 길을 제시”하는 종교의 사명을 재확인하고 “물신주의와 전면전을 벌”이는 각오를 다지자고 제안하였다.

(2) 종교가 오히려 물신주의의 노예가 되어, 그것을 조장하고 있음에 대해 “처절한 반성과 참회”를 하고 “사랑과 자비, 모심과 살림, 생명과 정의 실천” 앞장서자고 제안하였다. 

(3) 또 지금 여기에서 “외롭고 상처받은 영혼들” “마음이 닫히고 고통 속에 있는 사람들”을 위로하고, 마음의 문을 열고, 변화시켜 주기 위해 “희망과 사랑의 빛”으로 각자의 마음을 채울 수 있도록 하자고 당부하면서 “생명살림의 길” “평화공존의 길”을 열어가자고 당부하였다. 


3. 몇 가지 질문 


이상의 발표문은 짧은 분량임에도 불구하고 여러 번 곱씹어 보아야 할 만큼 생명 존중의 문화, 사상의 사회화를 위한 중요한 진단과 대안들을 담고 있다. 이 논문을 더욱 심화하고 확장하기를 기대하면서 몇 가지 질문을 더하는 것으로 논평자의 역할을 대신하고자 한다.


(1) 본론 중에서도 일부, 단편적으로 언급은 하였지만, 주제에 대한 일반론을 넘어서, 특히 천도교의 교리적, 철학적, 사상적 맥락을 한두 가지 더 추가로 제시해 주시기를 바란다. 그와 관련하여 자살에 내몰리는 개인, 그러한 위험군의 인물을 만나 직접적으로 그 문제 해결에 나선 경험, 나아가 그 결과에 대한 사례가 있다면 제시해 주시기 바란다.

(2) 일반적인 “생명평화운동”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구체적으로 이 발표 주제와 관련하여 천도교단에서 조직적이고 시스템적으로 관여하거나 책임지는 활동, 기구가 있는지, 있다면 그 현황과, 그리고 없다면/부족하다면 그에 대한 생각/대안을 제안해 주시기 바란다. 

(3) 오늘 논의에서 그 단초를 일부 제시하였다고 생각되는데, 개체 생명의 자살을 넘어 ‘사회적 자살’이라고 볼 수도 있는 “결혼의 기피와 출산율 저하”라는 측면에 대한 진단과 대안의 제시라는 측면에서 종교(계)가 할 수 있는 일이 있을지 제안을 바란다. 또 이와 관련하여 오늘날 ‘인공지능’이나 ‘사물인터넷’의 보급 존엄사(안락사)나 고령화에 대응하는 ‘생명 개념의 확장, 변화’가 요구되는 사회 현실도 오늘의 주제 해결을 위한 고려의 맥락에 들어와야 한다고 보는데, 천도교 교리에 기반하여 생명(평화)운동의 개벽적인 전망을 제시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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