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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걸음 Jul 16. 2020

누가 하늘을 보았다 하는가

UBO Photo essay no.6.

2020년 7월 14일, 아파트 울타리 밖에서 


한 사람이 없어도 해는 지고 날은 저문다.

나 없는 날에도 해는 떠오르고 달은 밝다.


길은, 여전히, 사람에게서 비로소, 끝이 난다.


닦으라.

닦는 것만이, 내가 사라진 날들을 살아가는 적공이다.  


네가 없어도 가로등 불빛은 빛난다.


청춘은 익어서 재가 된다.

화 내지 마라.

환하게

재 속으로 걸어가는 너를 보아라.





누가 하늘을 보았다 하는가


신동엽


누가 하늘을 보았다 하는가

누가 구름 한 송이 없이 맑은

하늘을 보았다 하는가.


네가 본 건, 먹구름

그걸 하늘로 알고

일생을 살아갔다. 


네가 본 건, 지붕 덮은

쇠항아리,

그걸 하늘로 알고

일생을 살아갔다.


닦아라, 사람들아

네 마음속 구름

찢어라, 사람들아,

네 머리 덮은 쇠항아리.


아침 저녁

네 마음 속 구름을 닦고

티 없이 맑은 영원의 하늘

볼 수 있는 사람은

외경을

알리라.


아침 저녁

네 머리 위 쇠항아릴 찢고

티 없이 맑은 구원의 하늘

마실 수 있는 사람을


연민을

알리라.

차마 삼가서

발걸음도 조심

마음 모아리며.


서럽게

아, 엄숙한 세상을

서럽게

눈물 흘려


살아가리라.

누가 하늘을 보았다 하는가

누가 구름 한 자락 없이 맑은

하늘을 보았다 하는가.


<고대문화> (19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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