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BO Photo essay no.6.
한 사람이 없어도 해는 지고 날은 저문다.
나 없는 날에도 해는 떠오르고 달은 밝다.
길은, 여전히, 사람에게서 비로소, 끝이 난다.
닦으라.
닦는 것만이, 내가 사라진 날들을 살아가는 적공이다.
네가 없어도 가로등 불빛은 빛난다.
청춘은 익어서 재가 된다.
화 내지 마라.
환하게
재 속으로 걸어가는 너를 보아라.
신동엽
누가 하늘을 보았다 하는가
누가 구름 한 송이 없이 맑은
하늘을 보았다 하는가.
네가 본 건, 먹구름
그걸 하늘로 알고
일생을 살아갔다.
네가 본 건, 지붕 덮은
쇠항아리,
그걸 하늘로 알고
일생을 살아갔다.
닦아라, 사람들아
네 마음속 구름
찢어라, 사람들아,
네 머리 덮은 쇠항아리.
아침 저녁
네 마음 속 구름을 닦고
티 없이 맑은 영원의 하늘
볼 수 있는 사람은
외경을
알리라.
아침 저녁
네 머리 위 쇠항아릴 찢고
티 없이 맑은 구원의 하늘
마실 수 있는 사람을
연민을
알리라.
차마 삼가서
발걸음도 조심
마음 모아리며.
서럽게
아, 엄숙한 세상을
서럽게
눈물 흘려
살아가리라.
누가 하늘을 보았다 하는가
누가 구름 한 자락 없이 맑은
하늘을 보았다 하는가.
<고대문화> (196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