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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걸음 Jul 07. 2020

길, 막다른

UBO Photo essay no.5

2019년 10월 25일, 길에서 


길은 어디에서 끝이 나는가

사람을 만나야

비로소 길은 끝나네


사람이 있는 곳이 길의 막바지


막바지에서 사람 속으로

다시 길은 시작되고

사람을 따라 길은 흐르네


길이 흐르며 꺾어지는 자리마다

떠오르는

별.

별.

길이 흐르며 굽이치는 구비마다

별이

진다



낙 화 

이형기



가야 할 때가 언제인가를

분명히 알고 가는 이의

뒷모습은 얼마나 아름다운가.

 

봄 한 철

격정을 인내한

나의 사랑이 지고 있다.

 

분분한 낙화

결별이 이룩하는 축복에 싸여

지금은 가야 할 때.

 

무성한 녹음과 그리고

머지않아 열매 맺는

가을을 향하여

나의 청춘은 꽃답게 죽는다.

 

헤어지자

섬세한 손길을 흔들며

하롱하롱 꽃잎이 지는 어느 날.

 

나의 사랑, 나의 결별

샘터에 물 고인 듯 성숙하는

내 영혼의 슬픈 눈. 

  

      

[출처] 이형기 詩 '낙화'|작성자 허그초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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