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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은, 쌓이는 것이다

UBO Photo essay. no.4

by 소걸음
20190705_223442.jpg 2019년 7월 5일 친구들과 보낸 루프탑에서


시간은 함부로 흘러가는 것이 아니라

오롯이 존재 위에 쌓이는 것이다

잊어버리는 순간에 비로소

흘러 가 버리기 전까지,

시간은 우리를 기다리는 것이다

과거의 시간은 미래에 먼저 가서

우리를 기다리다가 추억되는 순간에

마침내 눈을 뜨는 것이다



우화의 강


- 마 종 기 -


사람이 사람을 만나 서로 좋아하면

두 사람 사이에 물길이 튼다.

한 쪽이 슬퍼지면 친구도 가슴이 메이고

기뻐서 출렁거리면 그 물살은 밝게 빛나서

친구의 웃음소리가 강물의 이 끝에서도 들린다.


처음 열린 물길은 짧고 어색해서

서로 물을 보내고 자주 섞여야겠지만

한 세상 유장한 정성의 물길이 흔할 수야 없겠지

넘치지도 마르지도 않는 수려한 강물이 흔할 수야 없겠지


긴 말 전하지 않아도 미리 물살로 알아듣고

몇 해쯤 만나지 못해도 밤잠이 어렵지 않은 강

아무려면 큰 강이 아무 의미도 없이 흐르고 있으랴

세상에서 사람을 만나 오래 좋아하는 것이

죽고 사는 일처럼 쉽고 가벼울 수 있으랴


큰 강의 시작과 끝은 어차피 알 수 없는 일이지만

물길을 항상 맑게 고집하는 사람과 친하고 싶다

내 혼이 잠잘 때 그대가 나를 지켜보아 주고

그대를 생각할 때면 언제나 싱싱한 강물이 보이는

시원하고 고운 사람을 친하고 싶다.


- <그 나라 하늘빛>(문학과지성사, 19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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