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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걸음 Jul 06. 2020

시간은, 쌓이는 것이다

UBO Photo essay. no.4

2019년 7월 5일  친구들과 보낸 루프탑에서 


시간은 함부로 흘러가는 것이 아니라 

오롯이 존재 위에 쌓이는 것이다

잊어버리는 순간에 비로소

흘러 가 버리기 전까지, 

시간은 우리를 기다리는 것이다 

과거의 시간은 미래에 먼저 가서

우리를 기다리다가 추억되는 순간에

마침내 눈을 뜨는 것이다



우화의 강 


- 마 종 기 -

  

사람이 사람을 만나 서로 좋아하면

두 사람 사이에 물길이 튼다.

한 쪽이 슬퍼지면 친구도 가슴이 메이고

기뻐서 출렁거리면 그 물살은 밝게 빛나서

친구의 웃음소리가 강물의 이 끝에서도 들린다.


처음 열린 물길은 짧고 어색해서

서로 물을 보내고 자주 섞여야겠지만

한 세상 유장한 정성의 물길이 흔할 수야 없겠지

넘치지도 마르지도 않는 수려한 강물이 흔할 수야 없겠지


긴 말 전하지 않아도 미리 물살로 알아듣고

몇 해쯤 만나지 못해도 밤잠이 어렵지 않은 강

아무려면 큰 강이 아무 의미도 없이 흐르고 있으랴

세상에서 사람을 만나 오래 좋아하는 것이

죽고 사는 일처럼 쉽고 가벼울 수 있으랴


큰 강의 시작과 끝은 어차피 알 수 없는 일이지만

물길을 항상 맑게 고집하는 사람과 친하고 싶다

내 혼이 잠잘 때 그대가 나를 지켜보아 주고

그대를 생각할 때면 언제나 싱싱한 강물이 보이는

시원하고 고운 사람을 친하고 싶다.


- <그 나라 하늘빛>(문학과지성사, 19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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