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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걸음 Dec 07. 2020

수운의 시천주 공부 방법

[잠깐독서-0030] 동학을 배우다 마음을 살리다 중에서

공부의 험난한 과정을 수운은 <시문>에서 다음과 같이 말하였다. 


겨우 한 가닥 길을 얻어 걸음걸음 험한 길 걸어가노라. 

산 밖에 다시 산이 보이고 물 밖에 또 물을 만나도다. 

다행히 물 밖에 물을 건너고 간신히 산 밖에 산을 넘어 왔노라. 

바야흐로 들 넓은 곳에 이르니 비로소 대도가 있음을 깨달았노라. 

안타까이 봄소식을 기다려도 봄빛은 마침내 오지를 않네. 

봄빛을 좋아하지 않음이 아니나 오지 아니하면 때가 아닌 탓이지. 

비로소 올 만한 절기가 이르고 보면 기다리지 아니해도 자연히 오네.

[동경대전] <시문>


‘산 밖에 다시 산이 보이고 물 밖에 또 물을 만났다’ 하는 대목에서 수운이 거쳐 왔던 공부의 험난한 과정을 엿볼 수 있다. 


수운은 10대 후반까지 10여 년간 성리학적인 공부의 진수를 섭렵하였다. 그러나 그것으로서 이 세상에서 자신의 뜻을 펼칠 수 없는 시대임을 자각하고, 20대 초반부터 30대 중반까지 다시 10여 년간을 전국을 떠돌며 세상인심을 살피고, 당시에 유행하던 여타 사상을 섭렵해 나갔다. 이것을 수운은 ‘산 밖에 산이 보이는’ 것으로 노래하였다. 산 밖에 산을 보았다는 것은 공부에 더 높은 경지, 더 넓은 지평이 있다는 것을 알았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멈출 수 없었다. 그래서 다시 천성산에 들어가서 기도했고, 어느 정도 공부의 진전이 있었지만 결정적인 순간에는 도달하지 못하였다. 그래서 마지막 공부 장소로 아버지가 남겨 주신 용담정을 선택하고, 공부에 최선을 다해서 결국은 한울님을 체험하는 경지에 도달하게 된다. 이것을 수운은 ‘들 넓은 곳에 이르니 비로소 대도가 있음을 깨달았노라’라고 노래했다. 


그리고 자신의 깨달음의 의미를 ‘한 몸이 다 바로 꽃이면 온 집이 모두 바로 봄’이라고 표현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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