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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걸음 Dec 22. 2020

어찌할 수 없는 기도

[잠깐독서-0035] 심규한 시집, <네가 시다>(모시는사람들) 중에서

어찌할 수 없는 기도


심규한 


살다 보니 어찌할 수 없는 것들이 많아진다

없는 돈에 궁색한 살림에

속절없이 겨울은 닥치고

부모님이 연로하셔도 모실 수 없고

내 머리는 이미 허옇게 새어 버렸다

그대가 눈물을 흘려도 닦아줄 수 없다

외로워도 기대어줄 수 없다

파렴치한 갑질이 횡행해도

거짓이 날뛰어도 눈 뜨고 바라본다

욕도 나오지 않는다

영영 멀어졌다 달라졌다

산골에서 차마 어찌할 수 없어

하늘 보고 들판 보고 한숨 쉰다

사방 세상

참으로 많은 사람들이 죽고

많은 생명들이 아파한다

두 손 모아 입술에 대고 기도한다

하늘로 들로 사랑을

따뜻한 온기 한 점이라도 

따뜻한 생각 하나라도

가 닿을 수 있기를

돌처럼 나무처럼

기도란 참으로 오랜 옛날부터

손발 묶이고 차마 어찌할 수 없는 사람들이 걸었던

속절없는 길이라고 여기며

뜨거워지는 것이다

(2015.1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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