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깐독서-0035] 심규한 시집, <네가 시다>(모시는사람들) 중에서
심규한
살다 보니 어찌할 수 없는 것들이 많아진다
없는 돈에 궁색한 살림에
속절없이 겨울은 닥치고
부모님이 연로하셔도 모실 수 없고
내 머리는 이미 허옇게 새어 버렸다
그대가 눈물을 흘려도 닦아줄 수 없다
외로워도 기대어줄 수 없다
파렴치한 갑질이 횡행해도
거짓이 날뛰어도 눈 뜨고 바라본다
욕도 나오지 않는다
영영 멀어졌다 달라졌다
산골에서 차마 어찌할 수 없어
하늘 보고 들판 보고 한숨 쉰다
사방 세상
참으로 많은 사람들이 죽고
많은 생명들이 아파한다
두 손 모아 입술에 대고 기도한다
하늘로 들로 사랑을
따뜻한 온기 한 점이라도
따뜻한 생각 하나라도
가 닿을 수 있기를
돌처럼 나무처럼
기도란 참으로 오랜 옛날부터
손발 묶이고 차마 어찌할 수 없는 사람들이 걸었던
속절없는 길이라고 여기며
뜨거워지는 것이다
(2015.11.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