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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걸음 Dec 18. 2020

저들은 왜 권력에 집착하는가?

[잠깐독서031] 오구라 기조 <한국은 하나의 철학이다> 중에서 

저들을 보라!!!

"한국은 하나의 철학이다!"

여기서 철학은 '리(理)'를 말하고, 위의 인용구는 한국은 '리'를 지향하는 민족성이 도드라진다는 뜻이다. 

이 말 - 한국은 하나의 철학이다 - 은 오늘 한국에서 벌어지는 희대의 '검찰공화국 사태'를 설명해 줄 수 있는 거의 유일한 철학적 명구이다. 

임명직인 검찰총장이 국가의 운명을 좌우하고, 그럴 뿐만 아니라, 국민의 생명은 안중에도 없이 권력놀음(코로나19 팬데믹이 엄중한 상황 속에서 국가의 동력을 분산시키고, 집중력을 떨어뜨리고 있다는 점에서)에 매진하고 있는 까닭은, 단순한 권력 지향, 단순한 부의 지향, 단순한 명예 지향이 아니라, 그 셋을 모두 갖고자 하는 태도로부터 나오는 것이다. 그런 태도를 일컬어 "한국(인)은 하나의 철학이다"라고 오구라 기조 교수는 논파(論破)한다.


지금 저들에게 권력은 단지 권력이 아니라, 자신의 목숨줄이다. 내가 사는 길에, 내 권력=부=명예를 고수하는 길에, 어떠한 일이 벌어져도 오불관언으로 나아가겠다는 자세다. 지금 2020년 대한민국 서초동, 검찰 집단이 벌이는 일은, 육지의 세월호를 만들어 가는 일이 아니고 무엇인가?


저들은, 지금 자신들이 리(理)를 붙잡고 있다고 생각하는 듯하다. '내(우리)가 옳다'는 것이다. 한 사회 전체로 볼 때, 그 사회에서 '옳다'는 것은 무엇일까? 얼핏 생각해도, '절대적인 옳음'은 있을 수가 없어 보인다. 각자의 기준으로 '옳음'을 내세우는 '투쟁'의 현장일 뿐이다. 지금의 검찰은 '법'을 그 기준으로 삼는(다고 말한)다. 그러나 법에도 '사정'이 개입한다. '법을 수호하며, 법에 의한 정의를 수호하는 우리(검찰)'은 법을 집행하는 과정에서 손에 피를 묻히거나, 발에 오물이 묻어도 봐줘야 한다고 생각하는 듯하다(꼭 이것이 아니더라도, 이에 갈음할 만한 아집과 아만이 그들을 싸고 도는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 

2020년 한국사회의 비극은 바로 그 자리에서 시작된다. 




조선 혹은 한국은 하나의 철학이다. 


철학 그 자체가 영토·사람·주권으로 응결된 것이 조선 혹은 한국이다. 여기에서 철학이란 ‘리(理)’를 말한다. 주자학에 의한 국가 통치 이후, 이 반도를 지배해 온 것은 오로지 ‘리’였다. 항상 ‘하나임(一個性)’을 주장하는 ‘리’였던 것이다. ‘리’란 무엇인가? 보편적 원리이다. 그것은 천(天), 즉 자연의 법칙과 인간 사회의 도덕이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일치된, 아니 일치되어야 한다고 여기는 절대적인 규범이다.


오늘날의 한국인의 도덕 지향성은 이 전통적인 ‘리’ 지향성의 연장이다. 조선 왕조의 철학자들은 실로 치밀한 이기론(理氣論)을 수백년 동안이나 되풀이했다. 여기에는 이유가 있다. 인간의 마음에서 사회와 우주에 이르는 모든 영역을 ‘리’와 ‘기’의 관계를 가지고 좀 더 논리정연한 체계로 설명할 수 있는 세력만이 정권을 장악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 철학 논쟁에서 패배한 그룹은 권력에서 배제된다.


‘리’는 보편의 운동이다. 이 보편을 격렬한 논쟁에 의해 거머쥔 자가 권력과 부를 독점한다. 즉 ‘리’는 진리이자 규범이자 돈과 밥의 원천인 것이다. 모든 사람은 각자가 체현하는 ‘리’의 많고 적음에 따라 일원적으로 서열이 정해진다. 체현하는 ‘리’가 많으면 많을수록 밥을 배불리 먹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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