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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걸음 Jun 14. 2016

다시 읽는 신인철학(42)

오래된 미래의 철학, 동학 다시 읽기

3. 나는 곧 우주


이제 우주와 개인이 차별 없는 점을 두어 가지 예를 들어 말하고자 한다. 


첫째, 사람의 신체는 4백조 개라는 많은 세포로 조직되어 필경 개아(個我)라 칭하는 개체가 되었다. 그리하여 '나[我]'라는 개체는 다른 한편으로 일종 유기적 세포의 자격으로 사회를 이루고 세계를 이루었으며 세계는 나아가 우주와 연속된 점에서 나 한 사람의 개체는 한편으로 소우주인 세포와 밀접한 관계를 맺으며 무한소(無限小)의 방면과 접하였으며, 다른 한편으로는 대우주인 세계만상(世界萬像)과 밀접한 관계를 맺었다. 여기서 개체와 우주 사이의 단절되는[絶緣] 구별이 없다. 


둘째, 우리는 먹는 것[食物]에 의하여 생명을 지속한다는 점에서 우리 신체는 내부적 구조(構造)를 위하여 끊임없이 외부로부터 음식물을 흡수하게 된다. 즉 우리 사람은 외부로부터 물질을 흡수하여 자아(自我)의 개체를 형성[構造]하며 또 내부로부터 필요없는 물질을 배설하여 외부의 수요를 공급하는 점에서 내부와 외부의 절대적 구별이 없다. 


특히 공기와 같은 것은 시시각각으로 내외의 관계를 밀접케 함이 크며 나아가 우리의 신체 안에 있는 것은 하나도 외계로부터 언 물질이 아님이 없으므로 우리의 신체 중에 있는 유기체는 무엇이나 다 무기체로부터 생성된 물질이 아님이 없다. 이것이 개인과 우주의 구별이 없는 증거이다. 


셋째, 혈통상 관계로 볼지라도 우리의 혈통은 영원한 시간에서 과거의 선조의 혈액(血液)이 흘러 현재의 신체가 되었으며, 또 우리의 혈통은 무제한의 연쇄이니 이것도 또한 개인과 우주의 구별이 없는 것이다. 


넷째, 우리의 정신상 관계로 보면 우리의 정신 내용을 이루어 놓은 것은 태반이 외부로부터 받아들인[感受] 요소가 많으니, 즉 우리의 지식은 주관과 객관의 두 요소로 결합된 점에서 더욱 우주와 개인의 관계는 떨어질 수 없는 동일물(同一物)인 것을 알 수 있다. 


이와같이 개인과 우주는 절대 구별이 없으며 내부와 외부가 정연(整然)한 통일을 가지고 있으며 이 통일을 질서있게 자아화(自我化)하는 것이 우리의 생명이다. 그러므로 우리의 생명은 전 우주의 축도(縮圖)이며 '한울'의 소유자이다. 수운은 이 점을 가리켜 "나는 도시 믿지 말고 한울님만 믿으라. 네 몸에 모셨으니 가까운 데 있는 것을 버리고 멀리서 찾지[捨近取遠] 말라" 하였다. 


그러므로 우리가 소아(小我)를 버리고 대아(大我)에 합한다는 것은 결코 나 자신을 떠나거나 사람 자기를 떠나 어떤 인격적 신을 추구한다는 말이 아니요, 자아 중에 묻혀 있는 인간격, 즉 '한울'과 융화하면서 자아 밖에 있는 무상한 것에 애착치 않음으로써 생사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것이다. 


자아는 변하는 것과 변하지 않는 것을 아울러 가지고 있으며 유한과 무한을 한가지로 가졌으며 부분과 전체를 겸하여 포용하였으니 우리는 유한을 버리고 무한에 나아가며 부분을 버리고 전체에 나아가는 데서 곧 자아의 생사를 초월할 수 있다는 것이다.


(다음 "4. 개체아에서 한울아로"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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