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잡문

내용과 방향, 무게

2018. 5. 4. (페이스북)

by 김현희

말과 생각에는 내용만이 아니라 방향이란 것도 존재한다. 같은 말을 해도 그 방향성에 따라 충고가 되거나 꼰대질이 된다. 그 기준은 제 각각일 텐데 내 경우는 예를 들어 다음과 같다. 같은 내용의 메시지라도 그 말이 (자신의 불편을 감수하고라도) 상대방을 진심으로 돕고자 하는 방향이라면 충고, 자신의 우월함을 확인 내지 입증하려 하는 방향일 때는 꼰대질이다. 변화 가능성이 있는 문제에 대한 방향 전환 및 각성 촉구는 비판, 상대가 어쩔 수 없는 상황일 때 자신의 목적을 위해 같은 언행을 반복하는 것은 공격과 훼손이다. 권력 추구 동기도 그 ‘방향’에 따라 지배욕이 되거나, 공동체 발전을 위한 선한 욕망이 된다. 물론 상황마다 다양한 변수를 고려해야 한다. 혼자만의 확신이나 외부의 평가만으로 온전히 규정할 수 없는 문제다.



언젠가부터 내게 보수와 진보는 중요한 문제가 아니다. 이제는 사람의 생각과 행동의 무게를 본다. 타인을 존재 자체의 무게로 온전히 떠안을 수 있는가. 목적을 위해 사람을 동원하고 이용하려 하지 않는가. 나는 어떤 경우라도 사람을 수단화하는 말과 행동을 인정할 수 없다. 그게 아무리 선량하고 좋은 목적이라도 말이다. 그렇게 순진해 빠져서 큰일 하겠냐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그런 일들이 큰일이라면 나는 큰일 따위 평생 하지 않겠다. 선한 목적과 탁월한 전략으로 한결 살기 좋아진 세상에서, 허수아비처럼 혹은 허수아비들의 동료로 살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재갈을 물리는 방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