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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현희 Aug 08. 2019

꾸며낸 인격

2017-11-16

평소 동료들에게 예의바르고 다정한 교사가 학생들에게는 냉정한 표정과 말투를 사용하는 걸 볼 때가 있다. 내 관찰에 따르면, 연배가 높은 교사는 상대에 따라 자신이 현격히 다른 태도를 보인다는 걸 아예 인지하지 못하는 듯 했고, 젊은 교사들은 방어선을 치기 위해 일부러 그러는 듯한 인상을 받았다. 개인의 성격 차이도 있겠지만 학교 문화와 통념의 영향도 크다. ‘애들에게 얕보이면 안 된다’, ‘3월 한 달은 웃지 말아야 한다’, ‘잘 휘어잡는 교사가 되어야 한다’ 같은 것들 말이다. 


꾸며낸 인격은 위선과 인간을 조종하려는 태도를 가르칠 수 있다는 점에서 비윤리적이다. 좋은 관계 형성을 위해 효과적이지도 않다. 내가 볼 때, 어린 세대는 위선과 기만에 익숙하지 않아 꾸며낸 인격을 직관적으로 깨닫고 거부, 혐오, 무시하는 태도를 보인다. 흔히들 선생님은 너무 친절하거나 물러서는 안 된다고 한다. 하지만 아이들은 선생님이 단지 친절하다는 이유만으로 무례해지지 않는다. (물론 많은 상황 변수를 고려해야 하지만) 아이들이 선을 넘는 경우는 대개 교사나 학교의 기준과 규칙에 합리성, 일관성이 부족하거나 혹은 그것들이 지나치게 경직되어 있을 때이다.


우리는 어떤 면에서 모두 아직 부족한 교사이고, 그래서 더 나은 인격을 갖추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하지만 그 노력은 인격의 수만큼이나 다양하고, 활기찬 개성들이 자유롭게 표현되는 모습이어야 한다. 나는 교사들이 자신의 성품을 꾸밈없이 드러내고, 학생들과 소탈하게 대화하고, 자신의 철학과 신념에 맞춰 인간을 대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타인의 기준과 이상을 내 것인양 쫓거나, 꾸며낸 인격의 탈을 뒤집어 쓰는 행위는 우리를 더욱 외롭게 만들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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