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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현희 Oct 04. 2023

교육은 민주주의의 마지막 보루

_8월 9일, 교권보호 대책마련 교원6단체 공동기자회견

저는 얼마 전 지부장으로서 제가 가진 모든 권한과 책임을 선생님들의 교육할 권한과 권리, 학생의 학습권을 보장하는 길을 위해 쓰겠다고 밝혔습니다. 그 길은 쉽지 않습니다. 단체를 불문하고 선생님들의 힘과 의지를 모아야 함을 알기에, 전교조대전지부는 대전의 모든 교원노조와 단체들에게 공동 기자회견을 제안했고, 우리는 이렇게 한 자리에 모여 하나의 목소리를 내고 있습니다.


전교조는 이미 지난 7월 25일, 국회기자회견을 통해 '교권보장 3대 과제와 13대 대책안'을 발표했습니다. 또 7월 27일에는 아동복지법, 아동학대처벌법, 학교폭력예방법 등의 법률 개정 필요성, 학교 민원창구 단일화 등의 대책안을 교육청에 전달했습니다. 그래서 이 발언대에서는 세세한 대책안을 요구하기보다 제가 왜 교사에게 교육권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지, 권위주의를 누구보다 싫어하는 제가 당당하게 교육권 보장을 외치는 이유를 밝히려 합니다.     


저는 작금의 교육현장이 선생님들은 물론 우리 아이들에게 부끄럽고, 화가 나고 걱정스럽습니다. 공교육의 목표가 무엇입니까. 민주시민 양성입니다. 민주적인 사회 아니 ‘최소한의 문명사회’는 구성원들의 이견과 갈등을 법과 제도, 민주적 소통과 합의를 통해 해결합니다. 학교는 작은 사회라는 말이 있습니다. 하지만 지금의 학교는 민주적 사회이기는커녕 ‘최소한의 사회’라 보기도 어렵습니다. 흡사 정글과도 같습니다. 


한국은 ‘교육권’에 대한 법률적 정의조차 존재하지 않습니다. 좋은 취지로 만들어진 아동복지법과 아동학대처벌법이 학교 현장에서 서로를 의심하고, 관계를 파괴하는 장벽으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소수의 주관적이고 감정적 해석에 깃댄 아동학대 신고, 쏟아지는 민원, 일부 구성원들의 난동에 학교가 들썩여도 이를 제지할 정당한 공권력이 작동하지 않고 있습니다. 우리 선생님들과 아이들이 기본적인 안전조차 보장받지 못해 불안과 불신에 떨고 있습니다.     


이러한 학교의 실태가 민주시민 양성을 위한 교육기관의 모습이라 할 수 있습니까. 선생님들이 조금만 삐끗해도 범죄자로 몰릴까 두려워 침묵과 무기력이 일상화된 학교가 과연 아이들의 성장을 위해 도움이 될까요. 야만적인 정글과도 같은 이런 학교에서 비판적이고 자율적인 사고력과 실천력을 가진 시민을 기를 수 있습니까. 교사를 향한 무차별적 비난과 공격, 인권 침해가 횡행하는 학교에서 아이들은 지금 무엇을 보고 배우고 있을까요.     


교육은 민주주의의 마지막 보루입니다. 학생들은 민주적이고 안전한 환경에서 생활하고 배워야 합니다. 그래야 민주주의의 가치를 신뢰하며 타인을 존중하고, 협력하고, 소통하는 시민으로 성장할 수 있습니다. 교육당국에게 엄중히 경고합니다. 교육권과 학습권을 어설픈 시소게임으로 변질시켜, 학생을 위해 교육하고 싶은 교사들의 열망과 민주주의의 정신을 왜곡하지 마십시오. 


교사의 ‘교육권’은 학생의 ‘학습권과 인권’을 보장하기 위한 수단적 권한입니다. 지금 학교는 오로지 개인의 권리 찾기에만 매몰되어 있습니다. 교사의 교육권을 확보해야 학생들이 '권리' 뿐 아니라 '책임', '의무', '협력'의 정신을 두루 갖춘 시민으로 성장할 수 있습니다. 민주주의의 마지막 보루인 교육과 학교 현장을 지키기 위해 모인 우리 선생님들께 연대의 마음을 전하며 발언을 마칩니다. 감사합니다. 


_전교조대전지부장 김현희 발언문 

_8월 9일, 교권보호 대책마련 교원6단체 공동기자회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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