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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현희 Oct 22. 2023

우리 힘으로 쟁취, 할 수 있을까

2023. 10.07.

2023. 10. 07.

9월 4일 공교육은 다이내믹하게 멈췄지만 지부 사무실에는 태풍이 일었다. 세상 점잖은 우리 정책실장님이 교육청을 향해 고성을 내질렀고, 성질이 원래 더러운 나는 사무실의 전화통을 모두 박살내고 싶었다. 우리는 대전에서 모든 단체와 함께 집회를 열고 싶었지만 우리 제안에 응한 단체는 실천교사, 좋은교사뿐이었다. 교육부의 파면 으름장에 교총은 저녁 집회를, 교사노조는 온라인 추모공간을 운영했다.


교사들을 해임, 파면하겠다던 교육부가 9. 4. 이후 태세를 전환해 현장교사와 대화하겠다더니 오로지 '교총, 교사노조, 대한교조(?)'만 만나고 있다. 법정 단체 중 전교조만 제외다. 6개 단체의 연대와 협상력 약화를 이유로 일부 교사들이 반발했다. 이에 교사노조의 한 간부는 '교사노조가 대세가 되었기 때문'이라며 응원을 바란다고 했다. 교육부가 교총과 교사노조만 부르는 이유를 정말 모르는 건지 묻고 싶었지만 나는 일단 말을 아꼈다. 권력은 분열을 원하고 나는 그 장단에 춤추고 싶지 않았다. 개인적으로 우려되는 지점이 많았지만 일단 검은 점들의 승리로 공교육 환경을 개선할 수 있다면 다른 건 모두 부차적인 문제라고 생각했다. 내 눈앞을 어른대는 어두운 전망을 헤치고 그들이 어떻게든 잘 해내주길 바랐다.  


하지만 수 차례의 간담회 이후 급기야 어제, 윤석열 대통령과 만난 해당 단체 교사들은 교사 사기 진작을 위해 '담임수당 50%, 보직수당 100% 인상'을 약속하는 대통령의 발언에 환호와 박수를 보냈다. 100%라고 해봤자 6-7만원 인상이다(담임수당 19.5만원, 보직수당 14만원). 애초 전교조를 비롯한 단체들이 제시했던 수당액에(담임수당 30만원, 보직수당 20만원) 전혀 미치지 못한다. 


임금과 수당 인상은 필요하다. 7월 초 전교조대전지부의 결의대회 때 세운 기조 중 하나이기도 했다. 현재 물가상승률을 고려하면 교사의 실질임금은 삭감되고 있으며, 교원임금의 민관접근률은 86%에 불과하다. 청년교사들은 최저임금 수준의 급여를 받으며 생존을 위협받고 있다. 하지만 잊지 말아야 한다. 우리 임금의 재원은 대통령의 호주머니가 아니라 시민이 낸 세금이다. 20년째 제자리인 수당을 7만원 올려준다고 손뼉칠게 아니라 정당한 노동의 대가만큼 당당히 요구해야 한다.


뿐만 아니다. 2024년 유초중등 공교육비 예산은 역대급으로 삭감되었다. 정부는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을 7조 이상 감액했고, 교권보호를 부르짖으면서도 예산과 인력에 대한 실질적 대책은 전무하다. 예산과 인력 지원 없는 정책은 현장교사들에게 업무폭탄이란 부메랑으로 돌아올지 모른다. 이 불안한 흐름 속에 수당 인상 선포가 튀어나온 것이다.  


‘교사 수당 인상’, ‘박수와 환호’ 만 부각된 것이 억울하다며 언론 탓을 하는 선생님들이 있다. 적절치 않아 보인다. 어차피 ‘교육부’가 짠 ‘비공개’ 간담회라는 판이다. 판을 짠 주체에 따라 협상력이 좌지우지되고, 이왕 참여를 각오했다면 언론의 관점과 각도까지 모두 계산하며 움직였어야 했다. 그래서 다양한 집단들과의 논의와 토론, 사전합의가 필요한 거다. 또 교육부와의 만남을 진행하더라도 그 만남의 자리에 앉을 자격을 정부가 결정하게 해선 안된다. 협상 테이블에 앉을 당사자는 교사 집단 내부 절차와 합의에 의해 민주적으로, 자주적으로 결정되어야 한다. 이 중요한 시기의 협상력을 왜 이렇게 낭비하는지, 지부장 직책을 떠나 나는 정말 교사의 한 사람으로서 진지하게 묻고 싶다. 


누구도 눈치채지 못했겠지만, 9월 21일 대전시교육감 고발장 집회 발언에서 내가 가장 힘주어 외쳤던 말은 다음과 같다. "교권, 교육권 우.리.힘.으.로. 쟁취하자!" 7월 서이초 사태 이후 사리가 생기지 않을까 싶을 정도로 말을 아끼고 아껴 내뱉은 한마디였다. 더 하고 싶은 말은 많지만 사리 생성을 위해 이쯤에서 정리하고, 댓글에 "교육예산 삭감 철회 요구" 서명 링크를 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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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 10.14.

대통령과의 비공개 간담회에서 터진 ‘박수와 환호'의 '타이밍'이 기자의 잘못된 편집 때문이란 주장이 있었다. 하지만 어제부터 돌기 시작한 정부의 비공개 간담회 홍보 영상에는 ‘수당 인상 발표’ 순간에 터진 교사들의 환호와 박수가 고스란히 담겨있다(영상 링크 댓글에/ 20초부터). 나는 저 박수를 받아야 할 주체는 대통령이 아니라 검은 점이어야 한다고 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간담회를 보는 관점과 전략의 차이를 인정하려 노력 중이다. 다만 선생님들이 전체 교사 집단을 대표하는 ‘공적인 일’에 대해 '거짓말'은 하지 않길 바란다. 적극적 왜곡과 변명도 신뢰를 무너뜨린다. 


교육부의 전교조 패싱은 사실 나로선 큰 관심사가 아니다. 7월 6일, 4세대 나이스 사태로 전교조가 교육부를 항의 방문한 이후 교육부는 예정되었던 협의회들마저 일방적으로 파기해 왔다. 그 옹졸함에 익숙한 상태인지라 간담회를 둘러싼 내 주된 관심사는 공교육 정상화를 위한 교사들의 노력이 좋은 결실을 맺는 것 뿐이다. 간담회에 관한 내 생각을 인디스쿨에까지 적은 이유는 전체 교사의 처우 개선이란 (암묵적 합의가 이뤄졌다고 봐도 무방한) '기본'까지 그르칠 수 있단 우려가 엄습했기 때문이었다. 대통령의 (사망한 교사들이) “더 인내했으면 제도 바뀌었을 것” 발언, '학폭, 교권침해 생기부 기재', 'SPO 확대', '교사 병풍 들러리 논란' 등은 단체와 개인마다 가치관 차이가 있고, 본격적 논의의 장이 필요해 짧은 글에서 일부러 언급하지 않았었다.    


익명 공간인 인디스쿨에 실명과 직책을 밝히며 '우리 힘으로 쟁취할 수 있을까'라는 글을 올릴 때 어떤 반응이 올지 당연히 예상했다. 하지만 일체의 비판을 허용하지 않는 비민주적 풍토는 깨져야 마땅하고, 온라인에서 총알 좀 맞는 건 두렵지 않았다. 총알은 놀라울 정도로 타격감이 없었다. 말꼬리 잡기, 비판과 비난을 구분하지 못하는 태도, 뜬금없는 7월 집회 방해설, 간첩 집단 의혹 등은 나보단 해당 댓글을 쓴 분들이 풀어야 할 숙제가 아닌가 싶다.   


다만 여러 선생님들께 각종 심려와 댓글 쓰는 스트레스를 유발했나 싶어 죄송했다. 익명 공간이라 누군신지 모르겠지만 도와주신 검은 선생님들께 감사했다는 말은 전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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