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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현희 Oct 04. 2023

교육감이 책임자다, 교육활동 보장하라

2023. 9. 21.

안녕하세요 전교조대전지부장 김현희입니다. 우리는 오늘 대전시교육청을 규탄하고, 선생님들과 함께 설동호 교육감을 직권남용으로 고발하고자 이 자리에 모였습니다. 


‘9. 4. 공교육 멈춤의 날’을 둘러싸고 대전시교육청이 자행한 갖가지 만행을 우리는 알고 있습니다. 수십만 교사들이 폭염에도 불구하고 주말마다 거리로 나와 ‘가르치고 싶다’고 외치는 동안 대전시교육감이 한 일이라곤 교육부 입만 바라보며, 이주호 장관의 징계 겁박 칼춤에 보조를 맞추는 것 뿐이었습니다. 


대전시교육감은 교사들의 정당한 법적 권리인 연가, 병가 사용을 불법 행위로 규정하고 중징계 하겠다고 협박했습니다. 뿐만 아닙니다. 대전시교육청은 학부모의 교외체험학습 신청까지 통제하며 체험학습 신청을 안내한 교장들에게 일일이 전화해 중징계 하겠다고 겁박했습니다. 그 학교들 중 하나가 바로 이번에 안타깝게 생을 마감하신 선생님의 학교인 용산초입니다.    


교육청이 법 위에 서서 학교 운영의 세부사항까지 좌지우지할 거라면 도대체 학교에 학교장은 왜 필요하고, 법은 왜 필요합니까.


이것은 단순한 의견 차이가 아닙니다. 교사의 법적 권리 행사를 방해하고, 학교장 재량권을 침탈한 것은 엄연한 불법 행위입니다. 교육감이 앞장서서 불법 행위를 조장한 것입니다. 우리는 이 사실을 절대로 묵과할 수 없고 또 묵과해서도 안됩니다. 


9월 15일 대전시교육청은 기자회견을 통해 교육활동보호 종합대책을 발표했습니다. 저는 교육감 발언 전문을 살펴보다가 경악하고 말았습니다. 설동호 교육감이 기자회견 중 가장 오랜 시간 동안 발표한 내용이 무엇인지 아십니까? 바로 ‘인성교육 강화’입니다!


선생님들! 공교육이 망가지고, 선생님들이 죽어가고, 아이들이 방치되고 있는 것이 학교와 교사들이 인성교육을 제대로 하지 않았기 때문입니까? 학교가 서비스 업체로 변질되고, 교사가 끝없는 민원 대응에 내몰리고 혼돈의 교실 속에서 아이들이 방황하고 있는 것이 인성교육의 부족 때문입니까? 대전시교육감의 무책임하고 안일한 현실 인식이 개탄스럽습니다. 지성과 교양 교육이 필요한 건 설동호 교육감과 대전시교육청의 관료들과 무책임한 학교 관리자들입니다. 


묻고 싶습니다. 설동호 교육감, 관료들, 대전시 학교 관리자들은 도대체 어디에 있었습니까? 교사들이 악성민원에 시달리고, 아동학대 신고로 고통받고, 업무폭탄으로 소진되던 그 긴 시간동안 당신들은 도대체 어디에 있었습니까? 선생님들이 도와달라 외칠 때는 어디있다가 왜 교사들을 억압하고 통제할때만 나타나서 목소리를 드높입니까? 당신들의 무지와 무책임, 비상식적 권력남용이 우리의 동료로 하여금 희망의 끈을 놓게 했습니다. 


선생님들! 


하지만 이제는 냉정을 되찾을 때입니다. 교육부와 대전시교육청이 앞다투어 내놓는 선심성 대책들만 믿고 있으면 결국 아무것도 달라지지 않을 겁니다. 또 다시 소중한 동료를 잃게 될지도 모릅니다. 


민원 대응 시스템, 교육부 고시와 학생생활지도 방안 업무, 이를 총괄할 학교장의 역할, 예산과 인력, 학교 공동체성 구축을 위한 근본적 노력을 추동할 대책이 마련되지 않으면 우리가 여름 내내 쏟아냈던 피와 땀은 모두 공염불이 되고 말 것입니다. 무책임한 교육청만 믿고 있다가는 각종 교권보호 대책들은 또 다시 교사들의 행정업무로 전가되고, 제대로 가르치고 싶다는 우리의 열망도 사그라들고 말 것입니다.  


우리는 지혜롭게 싸워야 합니다. 


누구든 잘못한 일이 있다면 법적, 교육적 책임을 물어야 합니다. 하지만 오로지 개개인에게만 책임을 묻는다면 비극적인 사태는 앞으로도 반복될 것입니다. 근본적인 구조 개선을 이룰 수 없습니다. 우리는 우리가 권한을 위임한 공권력에게 책임을 물어야 합니다. 


대전 교육의 총책임자가 누구입니까.  


교육감이 책임자입니다!


우리는 오늘 고발장을 가지고 경찰청까지 행진할 것입니다. 한 걸음 한 걸음 발맞추어 선생님들과 함께 걷겠습니다. 오늘 행진 속에서 우리는 우리의 힘으로 교육권을 쟁취하고, 가르치는 일에 전념할 수 있는 선생님들로 거듭날 것입니다.    


쉽지 않은 길입니다, 흩어지지 맙시다. 

끝까지 함께 해주세요. 감사합니다!


(2023. 9. 21. 전교조대전지부장 발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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