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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현희 May 31. 2024

영웅 예우보다 처우 개선이 우선

소방노조 기자회견_ 연대발언문_2024. 5. 30.

전교조 대전지부장 김현희입니다. 저는 교사들을 대표해 소방관들의 처우 개선 요구에 전적인 지지와 연대의 힘을 싣기 위해 이 자리에 섰습니다.      


소방훈련의 날 학교를 찾은 소방관들에게 아이들이 보내던 선망, 신뢰, 존경의 눈빛을 저는 기억합니다. 한국뿐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도 소방관은 가장 존경받는 직업 중 하나입니다. 화재, 안전사고, 집중호우 등 재난 현장의 최일선에서 시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는 소방관들을 향한 우리의 당연한 지지와 존경입니다.      

하지만 영웅으로 불리는 소방관들의 뒤편에는 아이들에게 알리기 두려운 현실도 존재합니다. 소방청 통계에 따르면 지난 10년간 재난현장에서 업무 수행 중 순직한 소방관은 40여 명에 달합니다. 소방관의 순직과 부상 비율은 10년 새 3.2배 증가했습니다. 소방관의 자살률은 어떤 직업군보다 높고, 업무 수행으로 인한 외상 후 스트레스에 시달리는 소방관도 많습니다. 정부는 매번 원인을 분석하고 재발방지대책을 내놓지만 소방관의 죽음과 부상이 반복되고 있습니다.       


정부는 걸핏하면 소방관을 영웅으로 칭송합니다. ‘퍼스트 인 라스트 아웃’과 같은 멋진 구호도 자랑합니다. 하지만 이태원 참사 당시 정부의 대처는 어땠습니까. 진짜 책임자는 처벌하지 않고 재난 현장 속에서 한 사람이라도 더 구하기 위해 애쓰다가 외상 후 스트레스에 시달리는 소방관들을 상대로 먼지털기식 수사나 해대던, 그 경악스러운 광경을 우리는 똑똑히 기억하고 있습니다. 소방관들은 우리의 영웅이 맞습니다. 하지만 그들은 일방적인 희생, 무모한 구호, 안일한 안전대책, 낮은 처우를 강요받고 있습니다.      


소방공무원의 85%가 7급 이하 공무원입니다. 일반직공무원은 6~7급 공무원이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데 소방공무원의 6~7급 비율은 20%도 되지 않습니다. 소방공무원이 일반직공무원에 비해 차별받아야 할 어떤 이유도 없습니다. 소방관의 구조구급활동비는 무려 27년 만에 인상되었습니다. 하지만 현장의 인력수요를 제대로 파악하지 않아 일부는 구조구급활동비를 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학교에서 인력 공백이 발생해 교사가 보결수업을 하면 누구나 동일한 보결수당비를 받습니다. 하지만 소방관은 동일한 출동 명령을 받고 현장에 나갔는데 누구는 활동비를 받고 누구는 받지 못하는 어처구니없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는 것입니다.      

소방관이 순직하면 영웅이라 칭송하고 희생자들의 헌신을 기립니다. 하지만 소방관들과 그 가족의 입장에서 생각해 보십시오. 죽고, 다치고, 일반직 공무원에 비해 직급 구성에서 차별받고, 사고가 터지면 책임만 떠안는 소방관에게 말 뿐인 영웅 예우가 무슨 의미가 있습니까. 소방관은 슈퍼맨이나 수도사가 아닙니다. 소방관도 노동자입니다. 영웅 예우보다 실질적 처우개선, 안전 대책, 인력 충원이 먼저 필요합니다.      


교육 현장을 지키는 선생님들, 소방관들을 존경하는 학생들을 대신해서 말씀드립니다. 불합리한 소방공무원 정원 책정 기준 당장 개선하십시오. 또 모든 소방관에게 동일한 구조구급활동비 지급하십시오. 소방관의 실질적 처우개선과 안전대책 시급히 마련해야 합니다. 우리 교사들은 끝까지 소방관들과 연대하겠습니다. 이상 발언 마칩니다. 


(2024. 5. 30. 소방노조 기자회견_전교조 대전지부장 연대 발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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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자다]


소방노조와는 ‘정치기본권 확보’ 기자회견 때 인연을 맺었다. 기자회견을 준비하면서 같은 처지인 공무원들과 연대하려고 알아봤는데, 놀랍게도 대전에 민주노조 산하 공무원 노조는 '전교조, 소방, 법원' 딱 셋 뿐이었다.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우리 기자회견에 힘을 보태주셨던 게 두고두고 고마웠는데, 오늘 소방노조 기자회견에서 발언을 부탁하시기에 한달음에 달려갔다. 소방관들은 소방본부에서 쓴 공식 기자회견문보다 내 연대발언 내용이 더 조리있고 풍부했다고 극찬하시며, 이래서야 되겠냐고 서로를 마구 갈구셨다; 그러려고 간 건 아닌데 머쓱하면서도 으쓱해져 버렸다;;


발언문을 쓰다 보니 ‘소방관도 노동자다’라는 문장이 툭 튀어나와 순간 울컥했다. ‘교사도 노동자다’라는 말은 이제 내겐 클리쉐에 가까운데, 수십 년 전 교사들이 어떤 맥락에서 이 구호를 썼을지 추체험을 한 것 같았달까. 노동조합의 근본은 연대이지만 막상 일을 해보니 이래저래 정말 쉽지 않은게 연대인데, 오늘 힘껏 도울 수 있어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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