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교육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현희 Jul 22. 2024

6월 열광 후기

2024. 06. 04.

이제야 밝히지만, 작년 초 내가 지부장에 출마하는 과정에서 좋은 말만 나오진 않았다. '등 떠밀려 나왔는데 왜 이런 말까지 들어야 하나'라는 심정이 들었던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지금은 당시 터져 나왔던 일부 우려의 목소리를 백 번 이해하고도 남는다. 난 활동 경력이 적고, 내부적으로 검증된 인물이 아니었으니 당연히 우려하실 수밖에 없었을 거다. 적극 추천했던 사람들이야말로 무모하고 이상한 분들;;


이번 6월 열광(열린 광장) 참여 신청자가 50명에 달하자 책상이 부족해 전임들이 고민하는 모습을 보며, 복잡한 심정 속에 지난 1년이 머릿속을 스쳤다. 임기를 막 시작한 시점엔 어떤 행사를 열어도 사람 10명 모으기가 힘들었다. 대전지부의 규모, 드러내고 나서길 싫어하는 지역 특성, 코로나 시기 비대면 활동이 일상화된 탓이었다. 더구나 나는 조직가로 타고난 스타일이 아니고, 이전까지 조직화의 필요성을 느껴본 적도 없었다. 어떻게 들릴 진 모르겠지만, 나는 어려서부터 가만히 있든, 솔직하게 날 드러내든 사람들이 좋아해주는 경험을 많이 했다(내가 행운아였다는 건 최근에야 알게 되었다). 교직 10년 차에 답답하고 화가 나서 글쓰기를 시작했을 뿐인데 책도 잘 팔렸고 페북분회에도 사람들이 저절로 모여들었다. 사람을 조직하기 위한 필요성을 느끼지 못해 온 삶이었다. 


지부 운영의 세계는 완전히 달랐다. 신규교사 때 매일했던 '맨땅에 헤딩'을 다시 시작하는 느낌이었다. 함께 놀 사람이 아니라, 함께 일할 사람을 구한다는 건 정말 쉽지 않은 일이다. 가만히 있어도 저절로 되는 일 따윈 아무것도 없었고, 내가 혼자 감당할 수 있는 규모도 조건도 아니었다. 다행히 내 곁에 조직화의 살아있는 교과서 같은 실장님이 잔소리하지 않고 모든 걸 실천으로 보여주셨다. 조합원들도 한 명 한 명 마음을 열어주기 시작했다. 여전히 내 특기는 조직화 분야가 아니고 그 외에도 나는 여러모로 부족한 점이 많은 사람이다. 하지만 조직 전체 관점에서 어떻게 그 부분을 보완해 갈지, 협업이 얼마나 중요한지, 사람 한 명 한 명이 얼마나 귀한지는 온 마음으로 알게 됐다. 


6월 광장의 콘셉트는 ‘교육입법 과제 간담회’였다. 국회의원과 시의원을 초청해 연 간담회는 사실 우리로선 실험과 도전에 가까웠다. 노동조합의 정체성에 의문을 던지는 시선이 존재한단 것도 알고 있다. 하지만 머리 맞대고 팔 걷어붙이고 일해 준 지부 전임들, 지부 운영진들, 그리고 놀라울 정도로 조리있고 정제된 질의로 자랑스러움을 느끼게 해 준 우리 조합원들 덕분에 6월 열광은 성황리에, 성공적으로 마무리 됐다. 아직 갈 길이 멀지만, 1년 반 만에 겨우겨우 아슬아슬 자리를 잡아간다는 희망은 조금씩 보인다. 우리의 광장은 한층 넓어지고 있다. 깊어지고 있다.


_여기까진 어디까지나 내 개인의 소회이다. 공식적인 과정과 결과는 다음 주 교육희망에 참실장님이 게재할 예정이다.


https://m.news.eduhope.net/26170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