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영진 뒤풀이에서 두서없이 풀어놨던 고민들 (3, 4)
[3. 이미지 개선]
저는 이미지 개선이란 말을 기본적으로 별로 안 좋아하는데...일단 나눠서 생각해 볼 필요가 있어요. 한동안 네이버 검색창에 전교조란 단어를 넣으면 탈퇴라는 말이 뜨더라고요. 약간 공작의 냄새가 났고ㅎㅎ 만약 그런 부분이 기술적으로 해결 가능하다면 기술적으로 접근해서 해결하면 좋겠고요.
그런데 더 중요한 건 기술 너머의 문제잖아요. 자꾸 전교조 이미지를 바꾸는 사업을 하자고 하는데, 뭐 바꿀 수 있다고 쳐요. 그런데 어떤 이미지를 갖고 싶은 건가요?
강성이 아니라 유연한 이미지? 꼰대가 아니라 젊은 이미지? 그런데 그게 웹자보 몇 개 아기자기하게 만들고, 조끼 안 입고, 팔뚝질 안한다고 그냥 만들어지는 게 아니잖아요. 이미지는 어떤 활동과 역사를 통해 결과적으로 생성되는 것이라, 개선 사업에는 한계가 있다고 봅니다.
이미지가 구려서 바꾸면 좋겠다는 바람은 저도 이해하는데...이미지 개선 사업 보다는 전교조라는 조직을 어떤 "내용"으로 채워갈 건지 그 고민을 집중적으로 해야 하지 않을까요? 자꾸 바꾸자, 바꾸자 하지만 뭐 바꿀 "내용"이 있어야 바꿀 거 아니냐고요 ㅎㅎ
[4. 세대교체]
사실 저희 집행부가 '세대교체' 자체를 목표로 등판한 건 아니에요. 아는 분들은 아시겠지만, 저는 뭐 그런 생각을 할 새도 없이 출마했어요. 저희를 보고 지부 외부에서 '세대교체가 되었다'라고 의미 부여를 해주셔서, 그냥 그런가 보다, 생각하는 중입니다.
그런데 사실 적어도 저란 존재가 교체...라는 말이 어울리는 사람인 건 맞죠. 저는 선배들이 키운 사람이 아니에요. 활동가 네트워크에 속해서 어깨너머로 배우며 자란 케이스가 아니고, 솔직히 혼자 컸습니다. 운동권도 아니었고, 지부장 되기 전에 선배들한테 밥 한번 얻어 먹어본 적 없어요 ㅎㅎ
그러니까 나이 문제라기보다는... 제가 전교조 활동가들의 품에서 자란 사람이 아니라는 점은 확실하고, 그런면에선 세대교체가 되었다라고 볼 수 있겠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는 종종 애가 탑니다. 제 느낌인데, 저는 저희가 마지막 중간 지대인 것 같아요. 저희 세대가 선배들에게 본받을 건 남기고, 버릴 건 버려가면서, 후세대를 잉태하지 않으면 정말 끝. 디엔드일 것 같거든요.
막상 일을 해보니 선배들한테 배워야 할 것도 정말 많고. 그래서 연결해야 된다, 이어가야 한다, 라는 생각을 자주 합니다. 정작 아무도 내게 뭐라 하지 않는데, 스스로 어깨 위에 얹은 이 빌어먹을 마음의 부담...ㅎㅎ
(2024. 08. 22. 전교조 대전지부 운영진 연수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