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전교조 대전지부장 김현희입니다.
18년 차 초등교사이기도 합니다.
우리 학생들의 제보 내용을 읽으면서 저는 두 눈을 의심했습니다.
도대체 이곳이 학교입니까 아니면 강제 수용소입니까.
“앞머리를 눈썹에 닿지 않게 하고, 옆머리와 뒷머리는 기계를 이용해 경사지게 깎는다.”
“휴대폰을 켜지 않고 소지만 하고 있어도, 소지품 검사로 적발되면 10일 동안 압수한다”
“빨간색 및 형광색 운동화는 착용할 수 없다.”
지금이 유신정권 시절입니까?
누가 뭐래도, 21세기 한국 공교육의 목표는 민주시민양성입니다.
학생들의 앞머리가 눈썹에 닿지 않는 것, 빨간색 운동화를 신지 못하게 하는 것이 어떤 교육적 효과가 있습니까. 시민의 역량 형성과 어떤 연관성이 있습니까.
작년 여름, 우리 교사들은 뜨거운 아스팔트 위에서 교권 확보, 교육활동 보호를 외쳤습니다.
‘가르치고 싶다’ 라는 뜨거운 열망으로 함께 했던 우리 30만 교사 중 그 누구도 ‘학생의 인권을 짓밟아라’, ‘권위주의 시기로 회귀하라’라고 주장하지 않았습니다.
물론 시민교육을 하는 우리 교사들은 학생들이 자율적 사고 능력, 절제와 존중, 배려 능력을 기르게 해야 합니다.
학교는 권리와 책임이 공존하는 공동체로 거듭나야 합니다.
그러나 해당 학교는 학생들이 시민의식을 기르고, 상호존중 의식과 자기효능감을 기르게 하는 대신 비상식적인 신체 자유 억압으로 수치심과 모욕감을 느끼게 하고 있습니다.
과잉규제 속에 학생들은 처벌과 입시 불이익에 대한 공포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심지어 작년 학칙 개정 투표에서 해당 학교는 교사의 표에 가중치를 부여해 학생의 10표와 교사의 1표를 같게 만들었습니다.
정말 우리 어른들이 이토록 부끄러운 모습을 학생들에게 보여서는 안됩니다. 이것은 정당한 교육활동도, 정당한 교육기관 운영도 아닙니다.
대전시교육청은 뒷짐만 지고 있지 말고 이 사태를 책임지고 해결해야 합니다. 8년 전 대전 학생인권조례 제정 공청회에서는 폭력 난동 사태가 벌어졌습니다. 대전시와 대전시교육청은 그동안 극우 보수 단체의 반발을 핑계 삼아 학교 내 인권침해를 사실상 방치 내지 조장해 왔습니다.
그 결과 현재 대전은 학생 인권 후진 지역이자
교사 인권과 교육권의 후진 지역이기도 합니다.
실제 몇 년 전 전교조에서 실시한 ‘17개 시도 교육청 교권 정책 만족도’ 설문조사에서 대전지역 교사들의 만족도가 전국에서 최하위로 나타났습니다. 당연합니다, 인권은 제로섬 게임이 아닌 보편성을 매개로 확장되는 힘이기 때문입니다.
대학만 잘 보낸다고 명문고입니까!
학생의 학습권, 교사의 교육권, 모든 구성원의 인권이 살아있는 교육공동체야말로 명문학교의 기준이어야 합니다.
대전시교육청은 더 이상 학교장 재량, 학교 자율 운영 핑계 대지 말고 학교가 치외법권적, 자의적 권력 행사의 장이 되지 않도록 책임지고 나서십시오.
우리 학생들은 학교 교육을 통해 권리와 책임 의식, 권위를 향한 성역 없는 비판의식, 타인에 대한 공감, 현상에 대한 성찰 능력 등을 길러야 합니다.
전교조 대전지부는 교사의 교육권, 학생의 학습권
그리고 모든 구성원의 인권이 지켜지는 그날까지 힘차게 함께 하겠습니다. 이상 발언 마칩니다.
(전교조 대전지부장, 2024. 09. 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