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10. 12.
오사카성은 도요토미 히데요시의 야망과 몰락이 응축된 공간이다. 일본에서 히데요시는 전국 시대를 통일한 영웅, 빈농의 아들로 태어나 최고 권력자가 된 입신양명의 상징이다. 물론 한국에서 그는 조선을 불바다로 만든 임진왜란의 원흉이자, 이토 히로부미 급 천하의 ㄱ**이다. 민족의 명절에 불공대천 민족의 원수 집을 방문한 듯한 묘한 기분이 들었다; 요즘은 일본에서도 히데요시에 대한 역사적 평가가 하락하는 추세라고 한다. 하지만 오사카에서만큼은 인기와 존재감이 굳건하다. 도시의 정체성을 탄생시킨 인물인 만큼 히데요시의 신사도 세워져 있다.
사회 수업 시간에 마침 조선 역사를 다룰 차례다. 참고용으로 사진을 찍고 일본사와 한국사가 맞닿는 지점을 확인해 뒀다. 다양한 역사적 인물들에 관해 입체적 해석이나 윤리적 관점까지 다루면 좋겠지만, 내 역량은 물론 사회 수업 시간 자체가 물리적으로 늘 부족하다. 또 아무리 자료에 불과하다지만 교과서가 전쟁사 중심인 점도 아쉽다. 예전에 주워들은 바로는 민중사, 노동사, 평화운동의 의지를 강조하자는 움직임이 있었던 것 같은데. 아무래도 현실화하긴 어려운 작업인건지, 혹은 내가 무지해 최근 교육 동향을 모르는 것인지는 살펴봐야겠다. 너무 오랜만에 다시 역사를 가르치니 나부터 버벅대고 헤맨다. 5학년 수준에 과한 학습량과 내용이기도 하다. 내년에 만약 5학년 사회 수업을 다시 하게 되면 제대로 재구성해 보고 싶다.
귀국하는 길에 학생들 주려고 작은 간식을 샀다. 어서 빨리 교실로 돌아가 교육혼을 활활 불태우고 싶다면 당연히 거짓말이고. 연휴 내내 휴대폰 붙잡고 하얗게 불살랐을 뇌들의 몽롱함을 깨우는데 또 얼마나 시간이 걸릴지 벌써 무섭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