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여행

후시미 이나리 타이샤

2025. 10. 11.

by 김현희

긴 추석 연휴라 가족 여행을 하고 싶었는데, 몇 번의 권유에도 엄마는 끈질기게 거절했다. 뼛속까지 충청도 사람인지라 직접적인 거절은 피하고 “나는 너희들 사진 보는 게 좋다”는 말만 반복했다. 일주일 동안 나는 열심히 사진을 찍어 보냈다. 민속촌 관광용 포토보드에 얼굴을 끼워 넣은 사진, 동상 앞에서 포즈를 따라 한 우스꽝스러운 사진, 기차에서 먹은 도시락과 나고야성 앞의 늠름한 자세까지. 나는 지극한 효녀와는 거리가 먼 사람이다. 다만 작년 여름 아빠가 세상을 떠난 뒤, 엄마와 함께할 시간도 유한하다는 실감이 부쩍 커졌을 뿐이다.


교토의 ‘후시미 이나리 타이샤’는 끝없이 연결된 붉은 도리이 터널 속을 산 공기와 함께 걷는 명소다. 우리에겐 그저 ‘가벼운 하이킹’이지만 무릎 수술을 한 엄마와 함께였다면 여정의 목록에 올릴 수도 없었을 것이다. 붉은 터널을 걷다 문득 엄마가 단순히 여행을 싫어하거나 사진을 보는 것만으로 만족하는 게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본인이 함께 하겠다고 했으면 이렇게 큰 보폭으로 저벅저벅 걸어가는 우리 여정이 지나치게 단출해지리란 염려가 컸겠지. 가까운 시일 내에 모두 함께 움직일 수 있는 수를 어떻게든 찾아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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