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너 쿤체의 밤
들어오세요, 벗어놓으세요. 당신의 슬픔을
은(銀)엉겅퀴
뒤로 물러서 있기
땅에 몸을 대고
남에게
그림자 드리우지 않기
남들의 그림자 속에서
빛나기
한 잔 재스민 차에의 초대
들어오세요, 벗어놓으세요,
당신의 슬픔을, 여기서는
침묵하셔도 좋습니다
뒤처진 새
철새 떼가, 남쪽에서
날아오며
도나우강을 건널 때면, 나는 기다린다
뒤처진 새를
그게 어떤 건지, 내가 안다
남들과 발맞출 수 없다는 것
어릴 적부터 내가 안다
뒤처진 새가 머리 위로 날아 떠나면
나는 그에게 내 힘을 보낸다
괴테 할머니 전영애 교수님께서 또랑또랑한 목소리로 들려주시는
라이너 쿤체의 시를 담요 삼아 덮어
따뜻하고 포근한 가을 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