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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로다비 Sep 29. 2023

앞치마의 재해석

완벽한 주부의 첫걸음


는 앞치마를 좋아한다.


요리, 설거지, 청소, 빨래, 살림정리 _

전업주부인 나는 내 일터에서 하는 모든 활동들을 시작할 때부터 마무리할 때까지 앞치마를 입는다.


1  우리 엄마도 살림할 때 앞치마를 즐겨 입으셨고,

2  결혼생활이 어떤 것인지 1도 모르던 시절에 즐겨보던 미드 <위기의 주부들>에서 모름지기 완벽한 주부는 항상 앞치마를 하고 집안일을 하더라.


학습효과 때문인지 아님 다른 이유 때문인지

나는 앞치마를 즐겨 입고, 좋아한다.


기숙사 생활을 한 적이 있다.

당시 우리 방에는 스물여덟 된 언니도 있었는데,

밤이 되고 소등을 하고 나면

언니가 브라를 벗어서, 누워자던 이쪽 끝 창가 자리에서 저쪽 문 앞 끝에 있는 헹거에 촥~! 소리가 나도록 아주 멋지게 던지는 것으로 하루가 마무리되었다.

우리들은 어둠 속에서 왕고 언니의 브라가 헹거에 제대로 안착되거나 혹은 바닥에 떨어지거나 하는 소리를 들으면서 깔깔대며 꿈나라에 들었다.


그리고 어린 나는 왜 밤에 브라를 벗고 자는지, 왜 벗어야 하는지 이유까지는 알지 못했다.


지금 나는 그때 그 언니보다 더 나이가 많아졌다.


그때 그 언니 정말 멋있었고 어른 같았고 그랬는데 지금 나를 보면 아직도 모르는 것 투성이에, '몸은 늙어도 마음은 좀체 늙지 않는다'는 게 무슨 말인지 알 것 같다.

언니가 던진 속옷이 어둠 속을 가르며 날아가는 소리를 들으며 수줍은 웃음을 짓던 그때의 나와 지금의 나는 큰 차이가 없는 것 같다.


그런데 참 이상한 일이지.

사진을 찍어보면 그때의 나와 지금의 내가 많이 다르다.

거울로 보는 나는 여전히 난데, 사진에 찍혀 있는 나는 아줌마다.

아무래도 요즘 카메라가 기술이 좋아져서 백설공주의 잔망스러운 거울처럼 미래의 모습까지도 보여주는 건가 싶을 때도 있다.


이렇게 나이가 나는

그때 그 언니처럼 멋지게 벗어던지는? 기술도 익혔고

왜 밤에는 벗고 싶어 지며, 벗어야 하는지 이유도 알게 되었다.

래서 앞치마를 사랑한다.


아침부터 앞치마를 하고 유치원 버스를 기다리는 것은 제가 결코 아침부터 이런저런 살림하다가 잠깐 나온 부지런한 엄마여서가 아니랍니다.





#노브라 #위장 #전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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