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이베이의 여름은 무덥다. 게다가 그 여름이 길다. 한국은 한창 봄일 4월, 5월부터 슬슬 더위가 시작된다. 7, 8월이 되면 절정에 이른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대만 사람들은 음료를 자주 사마신다고 한다. 자연히 각종 카페가 성업한다. 이 곳 사람들의 말로는 '이 많은 카페가 경쟁하는데 안 망하나 싶다가도 그보다 많은 사람들이 카페를 찾으니 망할리 없겠다' 싶단다.
여행 계획을 세울 때 카페부터 찾는 나로선 반가울 따름이다. 카페가 많다보니 로컬 카페가 자연히 발달한다. 한국 못지 않게 많은 카페들이 제각각의 개성을 키워가고 있다. 덕분에 '카페 발견의 모험'을 즐길 수 있다. 게다가 여행자가 아닌 생활자로 있는 지금이라면 모험하기에 딱 좋은 상황이다.
이번에 소개할 카페 '파차마마 카페'는 다안구에 위치해있다. 앳홈카페에서 짧고 농밀한 휴식 후 이동한 곳이다. 본래 Weiyang cafe라는 곳에 가려 했는데 오픈 시간이 얼마 지나지 않았음에도 만석이었다. 부랴 부랴 찾아 걸음을 옮긴 이 곳, 파차마마 카페는 다행히 두번째 '카페의 모험'에 성공 표시를 하도록 해줬다.
문을 열고 들어가니 바깥의 쨍쨍한 햇볕과는 다른 서늘한 그늘이 공간을 채우고 있었다. 선선한 공기와 더불어 열에 달은 머리와 마음을 이내 식혀줬다. 가운데 있는 넓은 커피바가 카페의 무게 중심을 잡아주고 있었다. 더불어 조명 나직한 실내임에도 탁 트였다는 느낌을 줬다.
다들 일하거나 스터디 하는 분위기다. 그럴만하다. 콘센트도 곳곳에 있고, 분위기나 환경이 일에 집중하기에 좋다. 다만 이 날의 문제인지 와이파이 상태가 썩 좋지는 않았다는 점은 아쉽다.)
그렇다고 마냥 도서관 같아 대화하기에 눈치보일 환경은 아니다. 여행 중 들러 수다 나누며 피로를 덜어내며 시간 보내기에도 적합하다.
곳곳에 놓인 아기자기한 소품이 놓여있다. 어지러이 놓인 듯 하지만 나름의 질서가 있는 듯 번잡해 보이지 않는다. 덜 정리된 느슨함이 오히려 긴장감을 덜어준다. 칼 같이 깔끔해 사진 몇 장 찍고 나가라 재촉하는 듯한 카페와 다르다.
오후께 자리 잡고 앉아 해가 진 후에까지 있었다. 처음 들른 곳인데 머지 않아 더할 나위 없이 익숙해졌다. 일정에 신경 쓰지 않고 시간을 보내도 된다는 점은 생활자의 특권 아닌 특권이지 싶다.
좋은 풍경은 계절마다, 시간마다 매력이 달라진다. 파차마마 카페도 그랬다. 파차마마의 낮은 햇볕의 따끔함을 덜어주는 서늘함이 주였다면 밤은 따뜻한 안락함이 주가 되는 분위기다.
비록 하루지만 오랜 시간 머문 정(&약간의 미안함)을 핑계로 못 이기듯 맥주와 감자 튀김을 주문했다. 시원한 병맥주에 곁들이는 튀김도 커피 못지 않게 훌륭하다. 종일 카페에 앉아 일한 덕에 곰팡이처럼 피어난 허기와 피로를 지워내기에 적절한 선택이었다.
카페 사장님의 영어 솜씨가 훌륭하다. 설령 중국어를 못하더라도 주문에 어려움은 없겠다. 적당한 친절과 눈치 주지 않는 접객도 고마울 따름이다. 처음 가더라도, 언제 가더라도 편안한 카페겠구나 싶다.
음료 플레이팅만 봐도 신경써서 운영하는 카페라는 점이 느껴진다. 사진 속 음료는 아이스 홍차다. 칵테일 쉐이커로 부드러운 거품을 내 시원한 홍차에 올려 맥주 같은 비주얼을 만들어 냈다. 소소한 재미다.
나의 주문은 에스프레소. 첫 한 모금은 크림 같이 부드러운 크레마의 질감. 쓴맛으로 시작해 빠르게 산미와 단맛이 스친다. 맛이 지나간 자리 위에 향이 핀다. 깔끔하다. 쌉싸름한 잔향이 매력적이다.
타이베이 카페 기행을 막 시작할 무렵, 더 많은 대만 카페의 매력을 보고 싶다 생각하게 만든 곳이다. 오래 일할만한 곳이 필요하거나 오래 같이 시간을 보내고 싶은 사람과 동행하기에 좋은 카페다.
[ 타이베이 카페 스토리 002]
1. 카페: Pachamama Cafe
2. 주소: No. 11, Lane 119, Section 3, Heping East Road, Da’an District, Taipei City, 대만 1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