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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소하 Jun 04. 2020

누키 커피(Nuki Coffee)

- 타이베이 카페 스토리 003

  시장이 반찬이 듯 피로는 카페를 즐기기 위한 좋은 양념이 아닐까? 타이베이 구팅역 부근에 위치한 누키 커피를 발견한 순간 떠올렸던 생각이다.


  그도 그럴 것이 이 날은 참 많이 걸었다. 동행인의 업무 차 우리 나라의 신촌 같은 대학가, 공관역을 방문한 날이었다. 30분 가량 자전거를 탔다. 더위를 식히고 소나기처럼 쏟아지는 여름볕을 피할 겸 점 찍어둔 카페에 갔다. 이제는 클리셰인가 싶게도 좌석이 없었다. 만석, 만석, 또 만석. 어느새 거의 2개 역 정도를 걷고  있었다.

 

  

  후보로 찍어둔 카페가 연신 만석으로 지워질 때쯤 발견한 곳이 누키 커피다. 앞서 비슷한 상황에서 찾아간 파차마마 카페에 대한 만족도가 높았기에 기대를 갖고 들어섰다. 일단 좌석이 있다는 것만으로 감사한 상황이었다.

 


  누키 커피의 첫 인상은 갓 구운 치즈케잌의 향긋함으로 남아있다. 먹지 않았음에도 혀가 살살 녹을 것 같은 달달하고 부드러운 향기가 공간 가득했다.



  누키 커피는 2개층으로 이뤄진 카페다. 1층에는 카페바와 키친, 넓은 소파 좌석과 두개쯤 되는 작은 테이블이 있다. 1층은 상대적으로 좁지만 보다 쾌적하다. 소음도 덜한데다 카페의 여러 향들을 즐길 수 있어 좋다. 갓 내리는 커피, 이따금 구워내는 빵과 과자, 심지어 식사 메뉴까지. 혀의 안 쪽과 위장의 안쪽을 찌릿하게 하는 향의 향연이다.

 


  2층으로 올라가는 계단은 다소 가파르고 협소하다. 카페가 자리 잡은 건물의 연식을 새삼 느끼게 한다. 카페 분위기와 잘 어울린다. 불편함마저 잠깐은 감수할만한 운치로 느껴지게 한다.



  누키 커피 2층은 보다 넓다. 좌석 구색도 다양하다. 삼삼오오 모여 앉은 손님들이 저마다의 이야기 꽃을 피우고 있다. 소리가 다소 울린다. 나도 그 안에서 같이 떠드는 상황이라면 부담 없이 소리를 높이겠지만 조용한 환경을 선호한다면 역시 1층이 낫다.



  요란함 속에 곤히 잠든 한 손님을 보며 카페를 즐기는 다양한 방법에 대해 생각한다. 나까지 마음이 풀어진다. 좋은 핑계다. 주문한 커피가 나온 김에 나도 벽에 나른히 기대어 한껏 게으름을 부린다.



  누키 커피의 폐점 시간은 이른 편이다. 저녁 6시에 닫는다. 영업을 마치고 정리할 무렵, 한낮의 활기찬 부산스러움이 잦아든 2층 공간은 또 다른 매력을 선보였다. 많은 이야기가 머물렀고, 또 다른 이야기들이 지나가겠지.

  

  카페는 유서 깊은 오프라인 플랫폼이다. 혼자 오든 여럿이 오든, 생각이든 대화든, 발산되고 정리되는 과정에서 또 다른 이야기들이 만들어진다. 손님의 흔적과 주인의 손길이 이곳 저곳에 남으며 카페는 저마다의 색을 가져간다. 오래 지날수록 손때 묻으며 멋을 더해가는 가죽이나 나무를 연상케 한다. 새 카페보다 어느 정도 나이 먹은 카페가 좋은 이유다. 누키 커피 역시 그런 멋을 즐기기에 충분한 카페였다.

 


  누키 커피의 에스프레소는 전반적으로 고소하다. 입맛을 돋워주는 정도로 살짝 살짝 감치는 산미와 쌉싸레한 끝맛이 인상적이다. 맛있는 커피다. 산미가 적은 커피를 선호한다면 더욱 입맛에 맞겠다.



[ 타이베이 카페 스토리 003 ]


1. 누키 커피(Nuki Coffee)

2. 주소: No. 5-1號, Kinmen St, Zhongzheng District, Taipei City, 대만 100

3. 영업 시간: 13:30 ~ 18:00


- 실시간 타이베이 카페 여행기는 인스타그램 @109.taste 에 올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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