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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id May 22. 2020

총칼과 대포만 안 쥐었다 뿐이지

♪Sekai No Owari - Love the warz

아침이 없으면 밤도 없고
악이 없으면 정의도 없지
그리고 부자유가 없다면 자유도 없어
그럼 전쟁이 없다면 평화도 없는 건가?


♪Sekai No Owari - Love the warz



"전쟁이다!"

40-50대의 언젠가에는 해외에서 살고 싶다는 소망을 어려서부터 막연하게 가지고 있긴 하지만, 사실 우리나라만큼 살기 좋고 평화로운 나라도 드물다고도 생각한다. 세계 유일의 분단국가의 타이틀을 가지고 있는 국가이지만, 다시금 병마가 번졌던 사태에 대한 뉴스가 한창인 때, 한 유명한 술집에 길게 늘어진 줄을 보면서도 그런 생각을 했더랬다. 평화라니, 이런 축복도 없으리라고. 그렇게 생각했다. 


이렇게 평화로운 나라의 어느 곳에 살고 있는 내 사정은 조금 다른 것만 같다. 실제로 세계의 어떤 곳에는 미사일이 떨어졌느니, 총격전이 있었느니 하는 이때, 그런 화약 냄새와 멀리 떨어져 있음에도 꽤 자주 전쟁과 같은 단어들을 많이 듣고 산다. 지금의 사태는 전쟁이다! 그러니 더욱 바짝 긴장을 해야 한다! 병사와 같이 돌진해야 할 때다. 전쟁에 참여하지 못하는 병사는 필요가 없다. 날을 갈아야 한다. 이 것은 날카로움이 부족하다. 총과 대포를 쏠 때를 잘 잡아야 한다. 누군가를 부를 때 부사수라는 말이 흔히 쓰이기도 한다. 의식적으로 후배나 후임과 같은 단어를 써야 한다고 생각한다. 






잠을 잘 때면 심장이 아프단 이야기를 자주 했는데, 보통은 두려움 때문에 가슴이 두근거리다 못해 아프기까지 한 것이다. 얼마 전에는, 갑자기 식은땀과 현기증이 나 빨리 이 자리를 벗어나야 한다며 주변을 급히 재촉하기도 했더랬다. 나 역시도 이 세상이 잘못되었고, 잘못 바라보고 있다고 생각하면서도 영향을 받고 있는지 종종 전쟁터 속에서 사는 것처럼 아프고, 몸에 이상을 일으킨다.  


이와 비슷한 때를 꼽자면 어린 시절, 주변의 괴롭힘이 심했던 때였다. 다음 날 학교를 가는 것이 무서우니 지금처럼 가슴이 아파오고 잠을 이루지 못한 채 아픔을 잊기 위해 게임으로 밤을 지새웠다. 지금과 다른 점이 있다면 학교에서 엎드려 잘 수 있었다는 점이고(겸사겸사 괴롭히는 아이들의 눈에 뜨이지 않는 효과도 있고), 지금은 그럴 수 없이 종일 깨어 있는 채로 전쟁 같은 하루를 맞이해야 한다는 점 정도이겠다. 






사실 이 문단부터는 희망찬 이야기를 써볼까 했다. 나는 이제 그런 전쟁 같은 현실과 기분에서 벗어나기 위해서 어떤 생각으로 살아가고 있고, 어떤 식으로 하루를 보내고 있다던가 따위의 그런 희망찬 이야기를 쓰려고 했지만 결국 어색하게 써 내려가던 두 문단, 열몇 줄 정도의 무언가를 지워냈다. 지어낸 이야기는 아니었으니, 나름은 희망차게 살려고 나름 노력은 하는 것 같긴 하다마는, 좀처럼 희망이라는 단어와는 친해지기 어려운 탓이다. 그냥 그 정도만 스스로 깨달았으면 되었다며 지워버렸다.  


그래도 역시 마음먹은 김에 긍정적으로 생각해보자면 전쟁 같은 삶을 살아가고 있어서 그와 대비되는 평화로운 삶이 있고, 그것을 꿈꾸는 걸지도 모르겠다마는 6.25도 3년, 세계 2차 대전도 6년이 지나 끝이 났는데, 이제는 좀 이 전쟁이라는 것도 끝날 때가, 끝낼 때가 되지 않았나? 는 생각을 요즘엔 참, 자주 하게 된다고, 속으로는 소리 없는 전쟁터의 실탄에 스러저가는 사람들을 생각하고 안녕을 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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