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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id Aug 04. 2019

주말 사무실, 혼자 먹는 돈가스

♪곽푸른하늘 - 있는 듯 없는 듯

필요 없어 잘해보려고 바둥대는 거
쓸데없이 숨 막히게 긴장하는 거




♪곽푸른하늘 - 있는 듯 없는 듯



한 회사에서 10년을 일하고 있지만, 여전히 조직 생활은 어색하기 짝이 없어서 지난주에도 어느 회의 시간에 사람들과 잘 지내야 한다고 한 소리를 들었다. 나도 나를 알기에 반박을 하진 않았지만, 좀처럼 쉽지 않다. 그래서, 아무도 없는 주말에 일을 하는 것을 선호한다. 온전히 타인과 부딪힐 일 없이, 내 시간을 가지고 일을 하고픈 마음이 큰 탓이다. 스스로의 시간 배분이고, 스스로의 선택이라 스트레스를 받은 적은 없다. 오히려 스트레스가 풀리는 기분이다. 






이번 주에도 다음 주에 있을 일들을 좀 미리 정리하기 위해 사무실에 나왔다. 어쩌면 나오지 않아도 될 일들인데, 어차피 할 일도 없고. 다가올 평일을 조금 더 여유 있게 맞이하기 위함이다. 월요병을 이기기 위한 리빙 포인트로 일요일에 미리 출근을 하면 된다고 했던가? 웃픈 농담 같은 이야기지만, 정말 그렇다? 


여담이지만, 

우리 회사는 주말 수당이 꽤 높은 편에 속한다. 역설적이지만, 그래서 우리 부서는 가급적이면 주말 출근을 지양하는 편이다. 평일에 열심히 일하고 주말에는 나오지 말자. 내가 혼자 주말에 나올 거니까! 누군가는 속된 말로 일꾼 ( 좀 더 나쁘게 표현하면 노예 ) 같다고 하지만 나는 주말 수당을 청구하지 않고 종종 회사에 나와 일을 하곤 한다. 회사에 충성하는 직원 - 과는 조금 먼 이유이다.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사무실에 아무도 없이 혼자 일을 하고 있으면 집중이 더 잘 되는 편이다. 거기에 대가 없이 일하는 거니, 눈치 볼 일도 없어 마음도 편하다. 그리고 이렇게 일을 하고 있으면 뭐랄까, 변태 같은 이야기일 수도 있지만 조금은 살아있는 기분이다. 아, 내가 무언가를 하고 있구나. 이렇게 해서 무언가를 이루어내고 있구나. 하면 기분이 좋아진다. 그래서 대체로 낮보단 밤에, 평일보단 주말에 하는 일의 결과가 좋다. 


'소통'이라는 이름으로 사람들에게 다가가는 것도 일터에서의 미덕이라고 하지만, 다년간의 경험상, 아니면 내가 소통을 잘 못하는 사람이어서도 일수도 있지만 소통을 잘한다는 것이 일의 결과나, 사람 간의 관계를 향상시켜주는 것은 아니더라. 


결국엔 내가 한 일의 결과가 회사에서 내 발언을 지지해주는 가장 큰 힘이 되어주고, 사람에게 믿음을 주는 어떤 요소가 되어줬다. 퍽퍽한 이야기지만, 사실이다. 물론, 가끔 서로 형 오빠 동생 하면서 친하게 지내는 동료들의 모습이 부럽기는 하다. 가끔. 가끔. 






한 명의 동료가 느지막이 출근했다. 

지난주 지적받았던 '소통'을 위하여 업무 지시와 함께 조금 길게 주절 거리고 내 자리에 다시 앉았다. 동료는 도시락을 싸왔고, 난 늘 하듯 배민에서 눈여겨보던 돈가스를 시켰다. 그래도 주말에 애써 같이 나왔는데, 서로 있는 듯 없는 듯 한 사이다. 오히려, 조금은 편하지만. '우리'는 그래도 햇수로 5년째 한 팀이다. 입에 발린 칭찬이나 살가운 대화를 하지 않아도, 함께 해줘서 고맙다고 메신저를 보내려다 말았다. 이제 와서 새삼스레 무슨. 이렇게까지 써놓고 우습게 고백하는 거지만.




나도, 

주말에 막 같이 만나서 맥주도 먹고 어- 

그렇게 모두와 친하게 지내고 싶긴 하다. 

그건 좀 지나친건가. 


해본 적이 있어야지. 

그래도 역시, 일은 혼자 있을 때가 편하다. 

청개구리가 따로 없네. 


회사 생활의 낙 중 하나이다. 강남 쪽의 배민은 맛있는 것들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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