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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id Mar 06. 2021

Daft Punk의 마지막을 보면서

♪Daft Punk - Epilogue


♪Daft Punk - Epilogue



지금까지 남겼던 글 중간중간에는 나의 20대 일에 대한 이야기가 있다. 내가 처음으로 돈을 벌기 시작했던 분야는 음악과 관련된 기획 기사나 공연 취재에 대한 기록을 남기는 일이었다. 처음부터 이걸로 돈을 벌어야겠다 생각했던 것은 아니지만 어쩌다 보니 그렇게 되었다. 어느 일이나 그렇겠지만 이 분야 역시 네임드가 되지 못하면 제대로 빌어먹지도 못하는 시장이었다. 그러니까 지금 다른 일을 하고 있는 걸 테다. 여하튼, 네임드가 되지 못했던 나는 이 시장에 살아남기 위해서 J-pop 시장의 음악들을 소개하는 일들을 전문으로 삼아, 틈새시장을 공략하는 방법을 택했더랬다. 2000년 대 초중반에는 인터넷이 엄청 발전된 형태가 아니었기 때문에 바다 건너 나라의 소재를 다루는 사람들이 많지 않았던 시대였기 때문에 가능했던 일이다. 많은 장르 중에서도 시티팝과 같은 80-90년대 일본 주류 음악이나, FPM, Free tempo 같은 당시 J-house, EDM 음악들이 유용한 밥벌이가 되어 주었다. 그렇기 때문에 그 장르의 음악을 다루었던 입장에서 그 장르의 아버지라고도 불리던 다프트 펑크의 마지막은 나름 과거의 향수를 떠올리게 해 주었다. 






이제 음악을 기록하는 사람은 아니지만, 조금의 잡지식을 발휘하여 기록한다. 

그들의 시작은 혹평에서 시작되었더랬다. EDM이 아닌 록 밴드로서 'Daft punky trash(멍청한 펑크록)'이라는 평가를 받았던 그들은 당시 유럽에서 가장 트렌디했던, 우리가 알고 있는 장르의 음악을 선택하였다. 비록 멍청하단 소리를 들었지만 그들은 그 이름을 오히려 당당히 걸고, 펑키한 도전을 한 것이다. 당시 커버 밴드 수준의 그들이 받았던 혹평. 그 이름을 자신들의 정체성으로 걸고 나와, 똑같이 다른 아티스트 곡들을 짜깁기 해서 만든 리믹스 앨범에 가까운 앨범이 역대 수작 중 하나라고 평가받을 줄은 기타를 내려놓던 당시의 그들도 몰랐을 것이다. 이 < Discovery > 앨범에는 누가 들어도 '아! 이 노래!'라고 할만한 'one more time'과 'harder better faster'가 수록되어 있다. ( 혹시 누군가가 오해할까 싶어 사족을 남기자면, 샘플링이라는 작업 방식으로 이루어진 앨범으로 존재하는 음악 작업 방식이다. 흔히 우리가 아는 표절과는 다른 개념이다. 그리고 이들의 샘플링을 활용한 작업방식과 결과물은 위에 기술한 바와 같이 세계 최고라 할 수 있다. )  


헬멧을 뒤집어쓴 채 '부캐의 원조'로 이 긴 시간을 살아온 천재들. 하우스, 신스팝이라는 장르를 넘어 '다프트 펑크'가 되었던 혁신가들. 아날로그 시대부터 기계와 인간의 관계를 사랑한 디지털 로맨티시스트. 디테일에 미쳐 있었던 장인들. 그들을 찬양하고 수식할 수 있는 단어는 수도 없이 많지만, 그들은 그 긴 28년이라는 시간을 '멍청한 펑크 맨들'로 보냈다. 그런 가상의 헬멧맨들을 보면서, 현실의 많은 사람들은 행복했다. 헬멧을 벗은 현실의 듀오가 어떻게 살아갈지 알 길은 없지만, 그만큼 행복하기를 바란다. 






앞서 기록한 것과 같이, 나는 이제 음악을 기록하는 사람이 아니고, 이 글의 주제는 '과거의 향수를 떠올리기 좋은'이다. 너는 멍청하다며 손가락질받았던 과거가 있다. 그게 어때서라며 꿋꿋하게, 남들이 멍청하다고 달아준 이름표를 달고 살았던 과거가 있다. 트렌드라는 말을 입에 달면서 결과물을 내려고 고심하던 과거가 있다. 태어나며 받았던 이름보다 다른 이름들이 익숙한 과거가 있다. 이 과거는 여러 가지 이야기를 담고 있다. 이 과거의 이야기는 짧게는 5년 일 수도, 혹은 10년 일 수도, 혹은 17년 일 수도 있다. 이 시간 동안 이 과거를 살아온 녀석은 그야말로 'Daft(어리석은)'라는 단어가 어울리는 녀석이다. 


이 녀석도 이 멍청한 과거를 벗을 때가 온다. 아무도 이 녀석이 맞이하는, 맞이 할 마지막에 대한 이유를 알지 못한다. 다만, 그렇게 되었다는 것만을 알 뿐이다. 이 모든 것을 벗은 녀석이 어떻게 살아갈지 알 길은 없다. 그들과 다르게 이 녀석은 찬사도, 그리움도, 애초에 관심도 받지 못한다. 허허벌판에 폭파되어 남은 잔해가 될 것이다. 어쩌면 그것도 그것 나름대로 괜찮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걸 알 길 없는 멍청한 녀석은 그렇게 떠나지도, 터지지도 못한 채 또 멍청한 과거를 머리에 둘러쓴다. 과거의 향수나 떠올릴 노래 따위나 틀어놓으며. 이 시간 대에 남기면 많은 사람들이 덜 본다. 다프트 펑크가 헬멧을 썼던 이유는 그저 부끄러워서 라고 한다. 어차피 아무도 모르고, 관심도 받지 못하는 녀석이 왜 이러는지는 알 길은 없다.   




Daft punk - Something about us


지금은 알맞은 시간이 아닐지도 몰라요
제가 알맞은 사람이 아닐지도 모르죠
하지만 우리에 대해 말하고 싶은 것이 있어요
어쨌든, 우리 사이엔 뭔가가 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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