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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id Aug 12. 2019

클릭 한 번에 감정마저 지우는 세상

♪Twice - TT

I’m like TT Just like TT 
이런 내 맘 모르고 너무해 너무해 




말복을 기념해서, 많은 사람들이 치킨을 시켜 먹을 테니 피해서 다른 메뉴를 고르면 일찍 오겠지 했던 내가 잘못이었다. 어플 자체가 먹통이 되었으면서 배달의 민족은 내 카드에서 만 칠천 원을 가져갔고 고객센터마저 안내 메시지도 없이 뚝 하고 끊어져버렸다. 결국엔 밖에 나가서 무언가를 먹고 왔지만 찝찝한 기분은 어쩔 수 없었다. 혹시나 먹는 도중에 정상화가 되었다며 갑자기 배달이 되면 어쩌지? 이런 생각과는 달리 한참이 지나 그냥 결제 취소 문자가 오는 것으로 그 날 저녁의 해프닝은 끝이 났다. 에이 우리나라 최고의 배달 어플이라는 곳이 이렇게 끝낼 리가- 했지만 정말 끝이었다. 




혹시나 했지. 혹시나. 이럴 줄 알았으면 나도 치킨을 시킬 걸 그랬지 뭐야. 


세상은 점점 쉬워진다. 

쉬워지고 편해진 만큼, 편하지 않아야 할 것도 편해졌다. 서버 다운이나 개인정보 유출 사건 정도는 이제 큰 뉴스거리도 못 될 정도이다. 그냥 앗, 죄송. 정도면 그래도 양반이다. 그리고 그걸 받아들이는 우리 역시 마찬가지다. 에이 또 뻗었구먼. 에이 또 유출되었구먼. 반나절이면 시들어진다. 사기도 편하고, 사고도 편하다. 두 말은 모두 중의적인 표현이다.






누구나 한 번 즈음은 겪어보았을 에피소드겠지만, 이 브런치를 포함하여 SNS를 하다 보면 '누구누구님이 좋아요(라이킷) 했어요.'라는 알람이 뜬다. 기쁜 마음에 눌러서 가보면 막상 그 콘텐츠에는 그 사람이 없다. 그러니까 눌렀다, 다시 누른 거다. 나와 같이  조그마하고 소심하게 SNS를 하는 사람도 그런 일을 종종 겪었는데, 온라인계 인싸들은 아마 매일 같이 겪을 일이 아닐까. 나도 그렇고, 그 사람들도 그렇고, 그리고 취소를 누른 사람들도 사실은 별 생각하지 않을 것이다. 적어도 그 대상이 전 연인이랄지, 신경이 쓰이는 누군가가 아니라면 말이다.



정말 편하게 마음을 전한다. 이모티콘 하나. 세 글자 뒤의 마음은 사라지지만. 


서비스의 편함은 이렇게 사람의 감정마저 편하게 남길 수 있게 바뀌었다. 버튼 한 번에, 이모티콘 하나에 손쉽게 감정을 전달하고, 거두어들이는 것도 그만큼 편하다. 사람 마음이라는 것이 내 경험이 맞다면 그렇지 않은데, 세상은 점점 그런 세상으로 변한다. 서비스에서 표현하는 이름은 친구나 팔로워 같은 깊은 관계인데 클릭 한 번이면 몇십 명을 사귈 수도, 몇십 명과 절교할 수도 있다. 기사 하나를 읽어도, 기사보다도 스크롤을 내려 제일 위에 있을 누군가의 댓글과 그 댓글의 < 좋아요와 싫어요 >를 비교하고 자신의 기분을 결정한다, '아 이 내용은 이렇게 생각하면 되겠구나.' 하며. 편하고도, 불편하다.  


이렇게 말하는 나도 오늘 역시 페이스북에서 여지없이 온, <과거의 오늘>이라는 알람에 '이건 삭제, 이건 나만 보기로 변경'을 누르며, 쉽게 감정을 지우고 쉽게 감정을 숨겼다. 별 생각이 없다가 문득 떠오른 어제부터 오늘까지의, 




편하면서

불편했던

이야기다. 

정말 'T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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