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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id Aug 11. 2019

매미가 울지 않는 골목에서

♪쏜애플 - 매미는 비가 와도 운다

모두가 남겨놓은 껍질을 삼켜
내게만 계속되는 8월의 현상



♪쏜애플 - 매미는 비가 와도 운다


'바즈즉'

소리 내어 표현하면 이런 소리였을 것이라 느꼈다. 발아래에서 바즈즉 소리가 났다. 귀를 막고 있었던 터에 정확한 소리는 아니었겠지만 발을 떼어 보니 어떤 벌레 탈피한 허물의 흔적이었다. 아마, 매미였을까. 나무에 붙어있던 것이 아침 오후 내 세찬 바람으로 떨어져 내 발 밑까지 온 것 같다. 그제사 이어폰을 빼고 주변을 둘러보니 곳곳에서 매미가 울고 있었다.






요즘 SNS에서 종종 매미 소리가 시끄럽다는 멘션을 읽는다. 주말이라 늦잠을 자고 싶은데 시끄러워서 일어났다던가, 창문 옆에 붙어 울어대는 통에 닫아도 고통이라는 그런 이야기들. 살고 있는 곳 10층 위 쪽이라서, 밖에 나가면 대체로 이어폰을 낀 채로 다녀서인지 몰라도 딱히 매미 소리를 의식한 적이 없어 그런 사람들의 고충에 의아했던 적이 있는데, 그래서 오랜만에 들은 매미소리는 시끄럽다기 보단 조금 신기했다. 새삼 삭막하게 가로수밖에 없는 이런 곳에서도 매미 소리가.


지하철을 타고, 잠깐 볼일을 보러 가는 길. 요즘 빠져있는 드라마를 보다 정신을 차려 고개를 드니 어느덧 내릴 역에 다다랐다. 감상에 빠진 지 얼마 지났다고 고새 삭막한 도시로 돌아왔다. 지하철 알림음도 듣지 못한 채 오다니. 그렇게 목적지까지 걸어가는 길 동안에는 매미 소리도, 사람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혹시나 싶어 다시 한번 이어폰을 빼 보았다. 매미는 울지 않았지만 대신 새소리가 들렸다. 생각했던 것보다 거리는 매일 같이 이어폰을 낀 채 사는 사람들 몰래 다채로운 소리를 내고 있구나.  






몇 달 전인가, 서울에도 별이 있다는 것을 알았다. 고개를 숙인 채 다니다 보니 하늘을 보고 살 일이 없어서 그랬을까, 아니면 그냥 없을 거라 생각해서 지나쳤기에 그랬을지는 모르겠지만, 꽤 선명하게 빛나고 있는 별을 보았을 때와 비슷한 감상이었던 것 같다. 그때 이후로 생각이 나면 지금도 고개를 들어 하늘을 보고는 한다. 비구름이 꾸물꾸물 드리운 하늘이라도 혹시나 틈새로 빛날까 싶어. 아, 여름 밤하늘은 검은색보다는 군청색에 가깝다는 것도 깨달았다. 요즈음 9시 즈음의 군청색 밤하늘은 꽤 색이 예쁘다. 눈에 담는 것이 아니면 좀처럼 담기 힘든 색이라 아쉽지만, 그대로도 좋다.






어쩌면 삭막한 것은 주변이 아니라 귀를 막고, 스마트폰만 쳐다보며 사는 내가 아닐까 싶었다. 집을 나서며 밝은 곡으로 기분을 올리는 것으로 밝은 마음으로 하루를 시작한다 생각했는데, 대신 조금은 시끄러울 수 있는 매미 소리를 놓치고 살았던 것 같다. 더위를 먹었는지 바스러져버린 매미 허물 하나에 지나치게 중이병스럽고 감상적이 된 기분이지만, 다들 마음속에 흑염룡(...) 하나 즈음은 품고 살지 않나. 허물 하나에 재미없던 하루가 조금은 의미를 가진 것 같아, 역시나 부끄러워도 쓰길 잘했다 싶다. 매미가 울지 않는 계절이 와도, 기분은 남아 있겠지 싶다는 역시나 중이병스러운 하루의 마무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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