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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id Aug 10. 2019

루이뷔통에서 무신사까지 가는 여정

♪기리보이 - 우린 왜 힘들까

우린 여행도 안 가고 클럽도 안 가고 
놀러도 안 간다면 대체 무슨 의미로 인생을 낭비할까



♪기리보이 - 우린 왜 힘들까 ( feat. Jclef )



갑자기 해외에 나가고 싶어 졌다. 

곧 있으면 방학이 끝나기도 하고, 보통 여름휴가를 안 떠나는 편인데 오늘 종일 에어컨이 틀어진 실내에 있다 나왔을 때 느낀, 역대급으로 무더운 날씨 탓으로 소비의 이유를 돌렸다. 어차피 여기에서도 이렇게 덥다면 차라리 해외에서 쉬며 더워야겠어. 문득, 어떤 짐을 챙겨야 할지 생각을 하다, 가방을 새로 구해야겠다 싶어 검색을 해보았다. 그래도 일 년에 대여섯 번은 비행기를 타는데, 캐리어 가방은 20-30년 전 즈음 아버지가 해외 출장용으로 사셨던 아메리칸 익스프레스 캐리어를 물려받아 ( 혹은 돌려 ) 쓰고 있다. 물건을 담는 기능엔 문제가 없지마는, 뭐랄까. 그, 그런 것 있지 않나. 기분? 이 조금. 기분을 핑계 삼아 보았다.   






여행- 이라기보다는 휴식에 가까운 형태와 목적으로 해외에 나가는 편이고 길게 다니는 건 또 좋아하지 않아 1박 2일로 다녀오는 경우도 많다. 예를 들면 정말 '나가사키에 짬뽕 먹으러' 같은 충동적인 기분으로 다녀올 때도 있다. 그래서 캐리어 같은 여행 용품 자체에는 크게 돈을 쓰지 않았는데, 오랜만에 기분을 내기 위해 '보스턴 백'을 검색해보았다. 캐리어보다 가볍게. 


이리저리 둘러보다 어떤 블로거가 리뷰한 루이뷔통 보스턴백이 눈에 들어왔다. 오 예쁘다. 괜찮네. 얼마지? 300만 원... Aㅏ. 못 살 것도 없지만, 뭐랄까. 아마 일 년에 대여섯 번을 들기 위해 삼백만 원을 쓰는 것은 비싸기도 하지만 그래도 예쁜걸. 그러다 문득, 짐칸에 다른 사람들의 짐과 함께 구겨질 루이비통을 떠올리며 이내 마음을 접었다. 아깝잖아. 기왕 명품을 본 김에 이런저런 브랜드들을 둘러보았다. 오십만 원 대의 가격까지 내려서 찾아보았지만 이 즈음되니, 처음에 봤던 루이비통보다 예쁘지 않은데 이만큼 투자하면 만족스러울까 싶으니 결국엔 무신사에서 세일을 하는 칠만 얼마의 보스턴백을 장바구니에 담아두는 것으로 생각을 접었다. 그나마도 구매를 선뜻 누르지 못했다. 그렇게까지 빈곤한 생각이면 여행을 안 가면 될 걸!  





어릴 적엔, 소소하게 아르바이트를 해서 몇십만 원을 손에 쥐면 어김없이 버버리나 폴로에 가는 것이 일상이었고, 한정판 나이키 맥스를 사겠다고 장터를 뒤지며 다녔었는데, 그때보다 몇 배의 돈을 벌게 되었는데도, 씀씀이는 반대로 줄어들고, 고민만 많아졌다. 내가 이렇게까지 일해서 이제 이만큼의 돈을 벌었는데 이 정도는 사줘야지! 하다가도 열심히 일해서 번 돈인데 이렇게까지 써야 하나.로 바뀐다. 


무언가 남는 것 없는 소비 - 그러니까 아까 이야기 한 나가사키에 짬뽕 먹으러 가는 - 보단 아껴서 루이뷔통 하나라도 남기는 것이 좋은 걸까. 돈을 버는 것에는 점점 익숙해져 가는데, 오늘도 서툴러서 돈을 제대로 쓰지 못했다. 언젠가는 사라지는 순간적인 기분에만 쓰고 있는 느낌이다. 성냥이 꺼졌을 때의 성냥팔이 소녀 같은 기분이 좀 닮았을까. 이건 아니겠지만, 여하튼.  



다 먹고살자고 하는 일인데, 

버는 것만큼 

쓰는 것도 쉽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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