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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id Aug 13. 2019

붕어보다 짧은 우리 시야의 끝에는

♪Cherry Coke  - Don't Kill My Vibe

열 손가락 허리 위에
리듬 맞추고 폰은 멀리해



♪Cherry Coke  - Don't Kill My Vibe


"금붕어의 집중력이 9초라고 해요. 그런데 모바일 상에서 Z세대의 집중력은 8초라고 합니다. 붕어보다도 집중시키기 어려운 세대죠. 정말 짧은 시간 안에 그들을 사로잡아야 합니다. "라는 강연자의 이야기를 들었다. 안다. 아마 그 자리에서 듣는 모두가 알 법한 이야기다. 그래서 그런 짧디 짧은 이야기들이, 콘텐츠가 스마트폰 속에는 넘친다. 너무 많은 이야기들은 기대와 달리 대부분의 것들을 시시하게 만들었다. 유튜브만 봐도 같은 광고를 그 짧은 6-7초의 시간 안에 수십 번을 반복해 보여줘 어렴풋하게나마 사람들에게 무언가를 강제 주입시킨다.




무엇을 좋아할지 몰라, 다 줬다. 주는 사람은 쫄깃한데, 보라. 아저씨(?)의 표정은 평온하다.


"좀 새로운 것 없을까요?"

광고를 하는 입장에서는 이 말을 들을 때만큼 무서울 때가 없다. '뉴트로'라는 단어가 유행하는 것도 어떤 의미에선 이해가 간다. 과거의 것을 다시 활용할 때,  < 현대적 재해석 > 만큼 유용한 말이 없지 않나. 그러니까 요즘의 기분은 이런 느낌이다. 통에 칼을 꽂으면 아저씨(?)가 튀어나오는 게임을 하는데 그 구멍이 두세 개 밖에 남지 않은 기분? 하지만 새로운 것을 새로운 것이다 라고 말하는 순간 새롭지 않게 된다. 고민하고 고민해서 나온 무언가는 사람들의 눈을 끌겠지만, 보통은 반짝이다 만다. 그러니까, 집중력이 8초라니까? 우스갯소리로 아마 붕어가 나와 당신의 이야기를 더 귀 기울여 줄 수도 있다는 거다. 생각해보면, 모바일 바깥도 비슷한듯한데, 또 조금은 다르다. 그러니까,






오늘 아침 출근길의 이야기다.

" 야!!ㅇ미라ㅓㅈ달모라ㅣ...!!"


대부분이 이어폰을 귀에 낀 채 꽉 찬 지하철에서 소리가 들릴 정도면 어마 무시한 고성이었을 것이다. 사람들의 틈바구니에 잘 보이진 않았지만 소리로 유추해 보았을 땐, 아마 실수였는지 밟았거나 - 여하튼 이와 비슷한 무언가 - 로 다툼이 일어난 듯했다. 다들 고성이 들리니 미어캣처럼 순간 대부분의 고개가 소리가 난 쪽으로 돌아갔다. 5초나 지났을까. 고성은 계속 들리는데, 대부분의 사람들의 고개를 자신의 손에 든 스마트폰으로 돌렸거나, 다시 눈을 감더라. 나를 포함해서. 애석하게, 이 고성은 유튜브 광고처럼 스킵 버튼은 없어 다음 역에 정차할 때까지 계속되었다.  






강연에서의 이야기와 출근길의 모습이 겹쳐지며, 문득 그런 생각을 했다. 사람들은 금붕어보다도 집중을 하지 못한다고 하면서, 왜 이런 순간만큼은 이다지도  집중을 잘할까 - 나를 포함해서. 이렇게도 큰 소리를 쳐도 누구 하나 제대로 돌아보지 않는 세상에 사는 사람들은 얼마나 시시한 걸까. 커피를 마시러 갔던 카페에서 옆 테이블을 보니, 재잘거리는 소리가 무색하게 다들 각자의 스마트폰을 만지작 거리고 있었다. 여기 봤다 저기 말하다 다들 바쁘다. - 나를 포함해서.


여기까지 쓴 나도 금붕어보단 집중력이 있었구먼. 누구의 조사일까 8초. 아니면 내가 요즘 세대가 아닌 걸까.


아마 여기까지 읽는데 이미 8초가 넘었겠으니, 시시해진 탓에 의미가 없어졌을 수도 있는 이야기겠지만, 어릴 적 학교에서 일기를 쓰는 습관을 가르치는 것이 이해가 갔다. 온갖 것에 관심을 가지고, 동시에 시시하게 지나쳤던 하루의 순간들을 억지로나마 진득하게 돌아보기 위해서는 적어도 일기는 써야겠구나 싶은 거지. 비록 우리가 모바일에서 수없이 보고 스킵하는 광고마냥 재미없었을 하루였어도, 그래서 이런 이야기를 써내려 왔지마는




적어도 나만큼은 내 삶을,

9초 이상은 돌아봐줘야지.

붕어보다는 더 봐줘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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