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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id Sep 12. 2019

반도의 흔한 명절날 대화란

♪Cosmic Boy - Can I Love?

너희들의 얼굴들은 왜
내가 불행하다고만 해
나도 다른 사람들처럼
웃고 싶은데 그게 잘 안돼


♪Cosmic Boy - Can I Love?


무언가 주저리주저리 추석을 맞이하여 어른들과 했던 이야기를 쓰다 모두 지웠다. 쓰다 보니 나도 감정적이 되어 자칫하면, 집안 어르신들을 욕보이는 글이 될 것 같아서. 뭐, 30대 중반의 중소기업에 다니는, 집안의 장남인 독신남에게 오는 질문들이야 뻔하고도, 뻔했다. 그분들도, 그 세대에 맞는 가치관으로 나에게 '악의 없이' 이야기를 하셨을 테고, 나 역시도 '악의 없이' 그분들의 기대를 정중하게 거절했다. 






단골손님 같은 대화들을 듣다 보면, 나와 비슷한 처지(?)의 사람들은 어떤지 모르겠지만 나는 오히려 점점 초연해진다. 그러니까 어른들의 흔한 이야기들은 그 세대의 기준이셨을 테니, 그 긴 세월 동안 쌓아오신 것을 바꾸실 수 없을 테다. 


내년에는 조금 더 나아지길 바라는 마음을 가지고, 내년 구정에는 해외에 나가 있겠노라 이야기를 드렸고, 의외로 별 말이 없으신 것을 보면 정말 서로 변화가 느껴지기도 해, 조금은 감사하기도 한 추석이다. 






사실, 어른들이 이야기하시는 것들이 세상이 말하는 보편적인 행복이고, 미래일 수 있고 사실 그런 삶이 부럽기도 하다. 그런 것들. 좋은 배우자를 만나서, 보기만 해도 행복한 자녀를 낳고, 좋고 안정적인 직장에서 건강을 챙기며 사는 삶. 그래서 말미에는 그런 이야기를 드렸다. 

" 제 '평범함'도 이해해주시면 감사드릴게요. 저도 제 나름대로 잘 지내서, 걱정 끼치지 않을게요. " 웃으며 이야기했다. 




일 년에 두 번 있는 연례행사를 무사히(?) 마치고, 내일부터는 호텔에서 홀로 연휴를 보낸다. 그러니까, 내 나름의 '평범한 행복'이다. 조식 꼬박꼬박 챙겨 먹으라는 어머니의 이야기가 조금은 찡하고, 죄송스러운 걸 보면 아직 잘 지내기엔 조금 부족한 듯하기도 하다. 아직은 잔소리를 들어도 괜찮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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