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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id Sep 12. 2019

누가 뭐래도 내일을 사는 사람들

♪Jazzyfact - always awake

서울시가 잠이든 시간에
아무 말없는 밤하늘은 침착해
그와 반대로 지금 내 심장은
오늘만 살 것처럼 아주 긴박해

♪Jazzyfact - always awake


요즘엔 이상하리만치 화가 쌓여있다. 

소심한 성격 탓에 공식적으로 그 화를 드러낼 일은 앞으로도 거의 없겠지만 분명한 것은 난 화가 나있다. 분노의 대상은 다각도로 뻗어있어 각도기는 애초에 터져버렸고, 그 분노의 대상에는 나 자신도 포함이 되어있으니 정말 대환장파티다. 내가 나한테 화내려면 어찌해야 하지. 뺨이라도 한 대 쳐야 하나. 뭐라도 끄적이는 게 취미인 게 다행이지 뭐야. 






하지만, 역시 월급쟁이답게 화를 못 낼지언정 칭얼거림은 일류지. 그런 삶을 살고 있다 보니 최근 주변 동료들과 대화의 대부분은 참 '미생' 같은 대사들이 가득하다. 그러니까, 작품 속 캐릭터들의 주옥같은 명대사가 아니라, 참 퍽퍽하고 현실적인 대화들이다. 이런 칭얼거림마저 풀어낼 수 있는 사람이 많지 않아, 이야기를 하다 보면 그 멤버가 그 멤버다. 어쩜 그래도 질리지 않는지. 


오늘도, 추석 연휴를 맞이하여 연휴치만큼 오늘의 칭얼거림을 서로 뱉어댔다. 정말 대화의 껍데기만 꺼내어보면 당장에라도 사무실을 뛰쳐나가도 이상하지 않을 대화고, 표정이었다. 늘 같은 주제였는데, 오늘은 무언가 - 조금 우연찮게 깨달은 것이 하나 있었다. 






" 일단 이 건... "

" 그래도... " 

" 내년에는... "


서로의 대화에는 묘하게 하나같이 < 다음 > 이 녹아 있었다. 매번 칭얼거리는 사람들이 무슨 내일을 이야기하고 있는고. 생각할수록 우습기도 하다. 다들, 당장 지금 죽을 것 같아도 속으로는 즐기는 변태들인가! 동시에 그래도 이런 사람들이랑 같이 가면 뭐, 죽어도 좋진 않겠지만 나쁠 것도 없겠다 싶어서, 연휴를 좋은 마음으로 시작할 수 있다. 죽더라도 우리는 아마 내일 죽겠네. 






연휴가 지나면 또 나는, 우리는 새로운 칭얼거림으로 하루를 살 테고, 그렇게 내일을 살 테다. 이렇게 몇 년을 살고 있으니, 아마 통계학적으로 그럴 거다. 힘들 때 웃는 게 일류라고 하는데, 굳이 일류일 필요가 있나. 힘들 땐 욕도 좀 하고, 욕도 좀 먹고, 참지 말고 울고 그러기도 하는 거지. 적어도 솔직하잖아. 그러니 힘껏, 함께 칭얼거립시다. 


언제나 부정적인 기분 속에서 살아있는 것을 느끼는 건, 역시나 좀 변태 같지만. 그렇게 살아온 걸 어쩌겠나. 이젠 팔자려거니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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