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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id Sep 16. 2019

기록하기 싫었던 2박 3일의 기록

♪offonoff - bath

무슨 기분일까 무슨 마음일까
내게 왜 그래
나는 왜 이래



♪offonoff - bath ( unofficial ) 


" 저희 호텔에 여러 번 방문해 주셨네요. 연휴에도 혼자 쉬러 오시는 거, 멋지신 것 같아요. 평소보다 사람은 많지만 편안한 시간 보내세요. :D "


평소보다 밝고 붙임성 좋은 인포의 안내를 받고 방으로 들어간 날이 금요일이고, 지금은 일요일이다. 2박 3일간의 준비물은 와인 2병과 맥주 4캔, 입욕제 2일분이었다. 그렇게 2박 3일 동안 호텔 안에서 아무것도 하지 않은 채 돌아왔다. 혼자인 주제에 방도 스위트룸으로 예약했었다.  




이야기를 조금 벗어나서, 경제가 어렵다던가 하는 이야기들이 무색했던 적이 있었는데, 서울에서 나름 비싼 호텔이라 할 수 있는 신라호텔에 방문할 때, 주차장으로 들어가는 길을 따라 차량들이 줄을 서서 들어가는 광경을 보며 들리는 말과는 다르게 다들 잘 즐기며 사는구나 싶었다. 호캉스가 일반적인 문화가 되었구나. 이번 기간에도 가족 단위의 손님들을 많이 보기도 했고, 라운지에도 좋은 자리는 애당초 꽉 차 있어서, 평소랑 달리 구석자리에 앉아 있었다. 




돌아와서 부모님께는 "어휴, 푹 쉬고 왔어요."라고 했지만, 제목처럼 기록하기 싫었던 날이었던 이유는, 정말 아무것도 한 일이 없었기 때문이다. 하다못해 사우나를 가거나, 호텔의 펍에 방문하는 편이었는데 호텔 곳곳에 모여있는 손님들이 이 날 따라 불편했다. 나는 가족마저 피해서 쉬러 왔는데 이 곳에서 화목한 가정을 보고 있자니 괜스레 죄스런 기분이 들기도 하고 그만큼 혼자 있고 싶은 마음이 컸다. 덕분에 방과 라운지만 오가며, 2박 3일간 목소리를 낸 건 룸서비스를 주문할 때 빼고는 없었다. 

이게, 기록하기 싫었던 첫 번째 이유다. 






그렇게 자발적으로 혼자 있다 보면, 온갖 잡생각이 많이 들기 마련이고, 생각을 하다 보면 감정이 요동치기 마련이다. 그래서, 잡생각은 이내 구질구질한 생각으로 변했고 정말 누구에게 말하기도 부끄러운 구질구질한 원맨쇼를 하기도 했다. 내용이야 이런 건 아니지만, 새벽에 "자니?"라고 말하는 것 수준의 기분이 들어 잠에 들기 직전까지 수많은 넷플릭스 작품들을 보았다. 뭐라도 머릿속에 넣어놓고 싶은 기억이었다. 라운지에서 가득가득 술을 마시고 와도 스스로 부끄러워져서 마음처럼 취하기도 어려웠다. 

이 것이, 기록하기 싫었던 두 번째 이유다.





 

그런 이틀이었지만, 다행히 편히 쉰 덕에 연휴가 끝나고 바쁠 다음 주를 맞이하여 체력은 잘 회복한 것 같다. 거짓말처럼 내일 지하철에 몸을 태우면 체력이 떨어지는 마법 같은 월요병에 걸리겠지만. 무슨 말을 쓴 거야 도대체. 그러니까, 남기고 싶지 않았던 날이다. 내 생각을 무슨 말로 남겨야 할지 도대체 모르겠었어. 

마지막, 세 번째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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