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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id Sep 27. 2019

정돈된 이부자리를 바라보면서

♪Clean Bandit - Rockabye

누군간 이해할 거란다.
그러니 잘 자렴 ( rockabye baby )
내가 재워줄 테니,
잘 자라, 우리 아가. 울지 말고
잘 자렴.




어머니가 퇴원하셨다. 

올해 들어 가족들이, 나도 가장 마음을 졸였던 한 주가 아니었을까 싶다. 병동의 특성상 내가 업무를 보고 있을 때만 면회가 되는 상황이었기에 내가 할 수 있는 거라곤 어머니가 괜찮으신지 수시로 연락을 하는 것 밖에 없었다는 것만큼 마음을 조여 오는 건 없었다. 평소 같으면 펑하고 터질 것 같은 사건들도, 말들도 이번 주의 나에게는 큰 타격이 아니었다. 





"어머니, 오늘 아침은 잘 드셨어요?"

"그럼, 병원밥은 또 칼같이 나오잖니. 오늘은 잠깐 외출 허가받아서 집에서 쉬고 있다. 내일이면 퇴원하니, 일 열심히 하고 내일 보자꾸나." 


그래도, 다행히 집에서 잠시나마 쉬실 수 있다는 소식이 이렇게 기쁠 일일까. 어머니가 입원하셨던 기간 중 그 날은 조금 마음을 놓았었던 것 같기도 하다. 정말 악재는 겹친다는 말이 괜한 말은 아닌지, 그 입원 기간 중에는 일이 겹치고 겹쳐 새벽녘에나 집에 들어갈 수 있었기에, 오신 어머니를 뵙지는 못했지만. 






어두운 방의 불을 켜니 익숙한 듯 무언가 다른 정경이 기다리고 있었다. 그러니까, 컴퓨터를 연결한 멀티탭의 스위치가 꺼져 있고, 대충 구겨져 있던 침구류가 반듯하게 펴져 있었다. 세탁실에 가니 돌리려고 했었던 빨랫감이 없어져 있었다. 익숙했지만, 이번 주에는 익숙하지 않았던 그런 집안의 풍경이었다. 집으로 돌아오셨던 휴식 시간, 어머니의 흔적을 그렇게나마 느끼고 꽤 먹먹해져서 쉽사리 잠에 들지 못했다.    






오랜만에 집으로 돌아오신 어머니가 아침에 두드려주신 어깨의 온기와는 달리, 세상은 오늘도 참 춥고도 추웠다. 아직 어머니의 검사 결과를 모른 채 식탁에 쌓인 약 무더기와 오랜만에 따뜻한 아침밥상을 떠올리며, 춥디 추웠던 하루를 또 견뎠다. 여전히 나이가 들어도 어리광을 부리고 싶은, 무너지고 싶었던 하루를 그렇게 견뎠다. 


아직도 애다. 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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