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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id Sep 30. 2019

언젠가는 잊겠지만 잊지 않을게

♪Wake me up when September end

이 아픔이 흐릿해져도
내가 잃었던 것을 잊지 않을 거야
9월의 끝에, 나를 깨워줘



♪green day - Wake me up when September ends



사람마다 가지고 있는 기념일에는 특별한 이벤트 같은 것을 하지 않나. 나에게 있어서는 몇몇 특정일에 듣는 음악이 그렇다. 소개한 < wake me up when september ends >는 돌아가신 아버지, 그리고 9.11 테러를 추모하는 곡으로 유명한 곡이기도 하지만, 나에게 있어서는 슬펐던 기억들을 돌이켜 이제 괜찮아졌는지 되돌아보는 곡이기도 하다. 제목처럼, 9월의 끝자락까지 슬퍼하겠다는 주인공의 마음을 곱씹으며 10월부터는 슬퍼하지 말자는, 일종의 분기점 같은 기념일이다.






작년 이 곡을 듣고 올해 다시 이 곡을 들을 때까지 많은 일들이 있었다. 정말 많은 사람들을 잃었었고, 건강도 잃고, 지나간 시간만큼 아마 많은 기회들도 지나치기도 했다.  오늘도 고만고만한 사람들끼리 회사 골목 구석에 있는 커피숍에서 한 이야기를 떠올려보면 정말이지, 내일이 벌써 10월인데, 여전히 깨어나고 싶지 않은 기분이란 말이야.






 

이 곡과, 그러니까 오늘 나만의 이벤트와는 관계없는 이야기지만 2호선과 분당선을 오가는 출근 지옥철을 타고 다니기 때문에 오늘 같은 월요일은 유독 붐비고 치여가기 마련이다. 그런 지옥철에서 내 앞에 서 계시던 칠순은 족히 넘어 보이시는 할아버지께서 그런 북작이는 와중에 안간힘을 쓰며 등으로 나를 밀쳐내고 계셨다. 도대체 왜 그러는 거야 하고 쳐다보니 할아버지 앞에는 부부로 보이는 할머니가 안절부절 서계셨다. 아마 주변의 압박에서 지켜내시기 위해 그러신 듯했다. 휩쓸리듯 사람들이 내리는 순간 할머니의 어깨를 감싸며 조심조심 내리시는 노부부(겠지)의 모습을 보며 이 노래를 듣고 있었는데,



Twenty years has gone so fast
Wake me up when September ends
20년이 빠르게도 지나갔네요
9월의 끝에 나를 깨워주세요.


이런 가사를 곱씹다 보니 저분들의 모습이 노래 속 온갖 슬픔과 아픔을 이겨낸 삶의 초상 같아서, 그래도 저렇게 예쁘게 살 수 있을 것만 같아서 10월도 아마, 이런 슬픔들을 안고 살아가더라도 괜찮을 것 같긴 하다. 슬프지 않단 이야기는 아니다. 이런저런 마음들도 그분들의 주름처럼, 닮은 무언가 겠지 라고 오늘 하루만큼은 웃어넘기고 싶다. 누군가, 깨워주기만 하면 좋으련만. 그것까진 욕심인가. 오늘만큼은 슬픔을 안고 가기 좋은 날로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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