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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id Oct 01. 2019

커피 맛을 모를 시절을 떠올리며

♪sheena ringo - Cappuccino

변해가는 내 온도를 용서해줘
혹시 어리광이 심하더라도
모른 척, 두고 가진 말아줘


♪sheena ringo - Cappuccino


" 커피 한 잔 하시죠 " 

" 그럽시다아- " 


아침에 30분 일찍 출근해서 여유 있게 마시는 커피는 하루 시작 전 정돈하는 기분까지 얹어 마시는 것 같다. 그렇게 여느 아침과 같이 커피를 넘길 즈음, 페이스북에서 여느 때와 같은 <과거의 오늘> 알람 메시지가 왔다. 뭐 그리 옛날에도 할 말이 많았는지 투덜거리며 예전 기록을 보니, 신입 시절 즈음 어딘지는 떠오르지 않는 미팅을 기다리는 자리에서 찍은 사진에 이렇게 적었더랬다. "미팅 기다리는 중. 커피는 못 마시지만 사진은 아메리카노." 






내가 커피를 마시지 못했던 사람이었던가. 

그럼 저건 누구 커피였던 거야 하며 과거를 떠올려보니, 꽤 머언, 스무 살부터 커피를 사 마시긴 했다. 내가 기억하고 있는 처음 마셨던 커피는 스타벅스의 < 카라멜 프라푸치노 >였다. 달콤하기도 했고, 지금처럼 스타벅스가 유명할 때도 아니어서 커피 자체의 맛보단 '있어빌리티'한 기분으로 마셨던 것 같다. 프라푸치노가 또 뭔가 비주얼이 있지 않나. 휘핑크림에 막- 그런. 이내 달콤함 뒤에 묘한 씁쓸함과 텁텁함이 입 끝에 걸려 얼마 지나지 않아 망고 패션 후르츠로 메뉴를 바꿨던 것도 같이 기억했다. 






지금은 물 대신 마신다고 해도 어색하지 않을 아. 아 는 당시 함께 근무하던 선배이자 누나가 애정 하는 카페에서 직접 공수 해온 원두로 내려준 드립 커피에서 시작했던 것은 기억한다. 쓴 물을 왜 돈 주고 마시냐는 투정에 이건 그렇지 않다며 다른 사람보다 연하게 만들어 권해줬었는데, 그 맛이 꽤 괜찮았다. 그렇게 그 '쓴 물'에 적응하기 시작하면서 자연스럽게 지금에 와서는 하루에 한 잔으로는 부족한 몸과 입을 가지게 되었다. 어떻게 이렇게 되었는지는 나도 모를 이야기다. 






커피 한 잔과 SNS의 글 하나로 거창하게 이야기할 것은 아니지만 세상은, 커피처럼 어떻게 변할지 모르기에 살만한 세상이라고 생각했다. 계속 이런 삶이라면 사양할게요. 비록 사실을 고하자면 여전히 그 아. 아가 가지고 있는 커피 맛은 모르겠어서, 누군가 아마 물어본다면 "그냥 마셔요." 라던가 "무언가 마시면 잠이 깨는 느낌?" 따위의 대답을 할 것이다. 적어도 너무 시지만 않으면 좋겠다. 정도일까. 살아가는 원동력도 아마 비슷한 이유이며 대답일 거고, 사실 가진 것도 없어 당장 가릴 것도 별로 없어 어쩌면 지금의 투정도 별 게 아닐지도 모르겠다는 기대를 해보았다. 


아직은 그런 세상이 아니라 커피 한 잔을 더 마셨다. 

여전히 커피는 쓴 맛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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