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방학 - 베스트 앨범은 사지 않아
예쁜 모습만 보이는 것도 나쁘진 않아
하지만 나는 베스트 앨범은 사지 않아
예전 신입 사원 시절에 페이스북을 통해 회사 일이 힘들고 힘들고 힘들다는 푸념을 주욱 늘였던 때가 있다. 뭐 지금의 글에도 그런 이야기들이 종종 등장하지만 여하튼- 내 페이스북 친구 중에는 회사의 대표님이 등록되어있다. 그러니까, 대놓고 회사의 악담을 한 셈이기도 하겠다.
주변 사람들에게 그 사실을 이야기하면 다들 말렸던 기억이 난다. 당장 팔로우를 끊으라면서. 그런데 내가 먼저 신청한 건 아닌걸. 끊는 게 더 이상하지 않아? 그렇다고 하고픈 말을 숨길 생각도 없어. 뭐 이런 대화를 나눴던 적이 있다. 지금도 대표님은 나의 몇 년째 친구시다.
오늘 하루 종일 한 것이라고는 없는 이 하루를 기록하는 것들이 어쩌면 의미 없을 일이더라도, 누군가에게는 재미없을 이야기들일지언정, 나에게는 이 행위 '자체'가 재미있고, 의미가 있다. 모두에게 공감을 받지 못할 이야기로 밖엔 표현할 수 없는 하루를 살았더라도, 적어도 몇 글자에 그 날의 솔직한 기분을 담을 수 있다면, 그렇게 꾸밈없이 내 날 것의 무엇을 남길 공간이 있다면 조금 재미없고, 지질한 나라도 괜찮지 않을까. 심심한 하루며, 삶이지만 적어도 하루에 스스로라도 만족스러운 순간은 하나 즈음은 있어야지.
그래서 오늘 주말도 아무것도 안 했지만, 페이스북의 과거에 회사 이사를 새벽까지 해서 너무 힘들고 빡쳤다는 이야기를 써 내려간 것을 읽다, 웃으며 '나만 보기'로 돌려놓으며 생각난 이야기를 끄적여보았다. 무려 팀장이라는 직급을 달고 썼던 이야기라 이 야밤에 조금은 부끄럽긴 했다.
(여담)*
브런치를 시작하기 전 이삼백 개 정도의 이야기를 써 내려갔던 플랫폼이 있다. 그때도 아마 담고 있는 주제는 비슷했던 것 같지만, 지금과는 또 다른 느낌으로 써 내려갔던 기억이 있다. 조금 더 나를 알아봐 달라는 호소문에 가까웠다고 해야 하나. 말에는 힘이 있어, 실제로 글을 읽어주신 분들로부터 연락을 받기도 했다. 뭐 연락을 받은 이유는 각양각색이었지만, 그 관심이 썩 나쁘지도 않았던지라, 더-더 관심을 끌만한 이야기를 썼던 것 같다.
몇 개월 정도 지났을까, 그렇게 끌어낸 관심은 온전히 내 것도 아니었고, 그들이 바라보는 시선도 '내'가 아니라는 기분이 들어 그곳에 쓰는 일을 그만두고, 지금 이렇게 여기에 재미없는 글을 쓰고 있는 요즘이다. 그때도, 지금도 둘 다 나쁘진 않은 기분이다. 단지, 지금은 관심보다는 진심이 좀 더 마음에 끌릴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