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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id Oct 05. 2019

기억에 남는 무언가를 만든다는 건

♪민수 - 민수는 혼란스럽다

너가 듣고 싶어 하는 말을 지금은
못하지만 기다려줬으면 해
-
우리의 문제인지 아님 내 문제인지



나는 소개에도 있지만 콘텐츠를 만드는 사회의 한 영역을 맡고 있다. 내가 표현한 말은 아니지만, 내가 하는 일을 표현한 문장/단어들 중에서 제일 기억에 남는 말은 < 식전빵 >이라는 단어이다. 그러니까 콘텐츠를 만드는 일 중 <스테이크>를 만드시는 일을 하시는 분이 표현한 그런 단어였다. 뭐 그러니까 TV 광고나, 방송 프로그램이 콘텐츠로 따지자면 스테이크겠다. 


'스테이크'만 해도 1년이면 몇 만개는 족히 될만한 것들이 세상에 쏟아져 나온다. '식전빵'까지 세어보자면 우리 팀에서 만들어내는 것만 1년에 만 개는 될 것 같다. 감히, 내가-우리가 만든 것이 사람들에게 제대로 닿을까. 어떻게 하면 더 많은 사람들이 봐줄까 고민하기 위해 주마다 이런 콘텐츠가 좋았더라, 바깥에선 이런 콘텐츠가 좋다고 모아놓고 보다 보면, 가끔은 예전 막 콘텐츠라 말하는 것들을 만들기 시작하던 때가 생각이 난다. 




" 많이 읽히고 싶다고? 누구보다 빠르게 가장 인기 있는 녀석을 물고 뜯어, 가장 많이 그 지분을 가져가면 되는 거야. 그런데 그게 정녕 좋은 글이고, 기사이며, 칼럼일까. " 


처음 이 시장에 발을 들였을 때 시작했던 무언가는 아티스트를 소개하거나 공연을 리뷰하는 그런 일종의 에디터 업무였다. 사오십 명이 모인 공연을 소개하고 나면 딱 그 정도의 사람들이 내가 쓴 글을 읽었던 것 같다. 

한 번은 오기로 저 위에 말을 했던 선배의 말을 떠올려 당시 1위 아이돌이었던 빅뱅의 신곡에 대해서 누구보다 빨리 썼던 기억이 있다. 단숨에 네이버와 네이트의 메인에 오르며 십만 단위의 뷰수와 함께, 다른 곳에서의 일감도 함께 들어왔고 동시에 개인 계정으로 협박성(?) 쪽지도 그때 처음 받아봤다. 뭐가 되었든, 그때는 기쁘고, 슬펐다.  요즘엔 그런 글을 쓰는 사람을 '기레기' 라 부르는 것 같더라. 어쨌든, 그때는 그걸로 다행히 그 덕분에 입에 풀칠할 것들을 마련했으니 후회는 없지만, 좋아하지 않는 이야기 중 하나다. 





" 이런 영상 만들 수 있어요? " 

" 네, 돈만 있으면 가능하죠. "


예전 언젠가 외국의 모 영상을 가운데 틀어놓고 갑과 을이 나눈 대화이다. 그리고 그 양 쪽 중 하나는 내가 앉아있었다. 뭐, 글이니까 허세 돋게 표현되어있지만 최대한 순화해서 이야기를 나눴던 기억이 있다. 그러니까, 막 불판 위에서 고기가 맛있게 구워지고, 식감이 생생한 그런 영상이었다. 비슷한 영상을 집 엘리베이터에 달린 영상 광고판에서 본 것 같다. 누군가에게는 별 것 아닌 듯한 스쳐갈 영상에도, 이렇게 고민하고, 생각할 것이 많다. 그 고민들 끝에 무언가를 만들어 냈을 때, 각자의 역할을 다했다며 뿌듯한 것이 우리의 일이다.      


오랜만에 일이 아니라 공부를 위해서 업계에 나오는 수많은 콘텐츠들을 보았다. 애쓴 흔적이 역력함에도 한 달도 채 안 되어 기억의 뒤에 밀린 수많은 것들을 쳐다보다 이 글을 쓸 즈음 머리에 남는 거라고는 예능감 있는 파이터나 프리랜서 아나운서의 약 빤 연기나 수능 금지곡 수준의 CM송 밖에 없다는 사실에, 묘한 기분이 되었다. 언젠가 우리 제작비보다 배우의 모델료가 더 높게 책정된 견적서가 머리를 스쳐 지나갔다. 


취미 생활마저 콘텐츠라 불리는 것을 만드는 일을 하고 있지만, 이런 기분이 들 땐 아무래도 10년을 넘게 해 오는 일이지만 여전히 혼란스럽다. 살기 위해 인기인을 글로 물어뜯었던 그 날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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