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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id Nov 22. 2019

다자이 오사무가 고민했던 그 자리 옆에서

♪Mol-74 : Teenager

편할 것 같은 거리도
험난한 길도
그 앞은 보이지 않으니까
마음이 외치는 방향으로



♪Mol-74 : Teenager / 도착한 날 발매된 따끈한 신곡. 덕분에 나머지 신곡들도 레코드샵에서 듣고 올 수 있었다. 


이 시기 즈음에는 언제나 도쿄를 방문하고는 하지만, 이번에는 유독 도쿄 옆의 요코하마가 가고 싶었더랬다. 요코하마는 깔끔한 도시 경관만큼 많은 작품의 배경으로도 등장하는데,  < 오늘은 회사 쉬겠습니다. > 나 < 도망치는 건 부끄럽지만 도움이 된다 >와 같은 드라마부터, < 문호 스트레이독스 > 같은 아니메까지, 이번에는 그중 아니메의 제목처럼 '길 잃은 개' 같은 기분으로 왔다. 그러니까, 지금은 일본이다. 






저 간판 디자인과 같은 성냥이 있는데, 이번 방문에는 받지 못했다...


도착하자마자 당장이라도 요코하마를 갈 기세였지만, 막상 이 곳에서마저 의욕이 없어 이틀간 도쿄의 거리를 떠돌며 술이나 홀짝였던 것 같다. 몇 잔을 얼마나 마셨는지는 의미가 없지. 그러다, 예의 작품 안의 배경이기도 한 긴자의 한 바에 들어섰다. 일본의 문호, 다자이 오사무를 비롯한 당대의 문호들의 단골 바'였'다고 한다. 그들은 이미 모두 세상을 떠났고 1920년대에 생긴 그 가게만이 그들이 여기에 있었노라는 흔적을 간직하고 있는 그런 곳이다. 





주인 바텐더님과 오랜 시간 자리를 지킨 종업원. 젊은 신입은 어느덧 1년이 넘었다며 자랑을 하고, 새로운 젊은 바텐더가  더 들어왔다. 그렇게 세월을 지키고, 변해간다. 


당시의 문학은 전쟁 전후의 암울함을 담고 있었고,  데카당스의 문학이 주류를 이루던 시대였다. 그리고 그 시대 문학 그 자체라고도 불리던 그가 다니던 바는 그때의 느낌을 간직한 듯 어둡지만, 고고하게 정돈된 느낌을 주었다. 아시아에서도 손에 꼽는 긴자의 바들과는 또 다른 느낌. 족히 환갑에서 칠순 사이로 보이는 바텐더와 종업원의 조용하면서도, 세월을 녹인듯한 관리가 그 느낌을 더욱 더해 주었다 - 만. 






그와 다르게 테이블은 왁자지껄했다. 

꽤 전에 찾았을 때는 중후한 분들 몇 분이 조용히 자리하고 있었는데, 이번에는 남녀노소가 뒤섞여 여러 가지 소리를 내고 있었다. 다자이 오사무가 앉았다는 자리에서는 한 남성이 여성에게 '여기가 말야 저 사진을 찍은 곳인데' 따위의 이야기와 함께 구애를 하고 있었고, 반대편에선 '손님, 조금만 조용히 해주세요~'와 같은, 선술집에서나 들릴 법한 종업원의 비음 섞인 투정이 들려왔다.   


평소 같았다면, '이런 분위기 속에서 나는 역시나 홀로였다.' 따위로 스스로를 더 끌어내리고, 그랬겠지마는 이상하게도 그 날은 방문하기 전에 술을 조금 많이 마셨던 탓이었는지, 아니면 그냥 그래야 할 것만 같아서였는지 웃음이 났다. 이 곳에서 술을 마시며 인간에 대한 고민을 했던 다자이는- 현대의 사람들이 당신의 이야기를 하며 이렇게 밝게, 웃으며 지낼 것을 알았을까.   






이 생각들과 연결이 되는 해결은 아니었지만, 그냥 도망치듯, 이 곳에 안고 온 고민이라는 것은 어쩌면 이렇게 별 것 아닌 것이구나- 어쩌면, 웃어넘길 수도 있겠구나 싶었다. 어찌 웃지 않을 수가 있겠나.  

" 부끄러운 모습으로 도망쳤다고 해도, 어떻게든 잘 넘겨내는 것이 더 중요하니까. 도망치는 건 부끄럽지만, 도움이 된다. " 

< 드라마, 도망치는 건 부끄럽지만 도움이 된다 中 >


드라마의 한 장면을 떠올리는 지금은 비가 오는 요코하마다. 요 며칠 새 일기마저도 써지지 않았는데, 뭐라도 끄적일 만큼 마음이 살아난 것 같아 역시나 도움이 된 도망이었다. 귀국하면 기억에 흐릿해진 < 인간 실격 >을 다시 한번 읽어봐야겠다. 아마 웃으며 읽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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