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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id Nov 16. 2019

힘들지 않기 위한 선택일뿐야

♪쏜애플 - 은하

바라지 않으면 아무것도 잃지 않아
믿지 않으면 미움은 싹이 트지 않아
거리에 가득 차 있는
비겁한 가르침으로날 걸어 잠그네



♪쏜애플 - 은하


" 마냥 피하고 싶은 거 아니니? " 

" 아냐, 어머니. 그런 거와는 달라요. " 


누군가가 나의 결혼관을 물어본다면, 자의적이자 타의적인 비혼주의라고 답을 한다. 어떤 것이 먼저였는지는 모르겠지만, 결과론적으로는 비혼주의다. 사람 일은 모르니, 라고 뒤를 열어놓는 비겁함도 빼놓지는 않지만 그래도 가능하다면 혼자임을 택하고 싶은 마음이 더욱 크다. 


이와 관련되어, 밖에서는 그저 우스갯소리거나 자학하는 개그 소재 따위로 써먹을 수 있겠지만 이 것이 집 안에서는 결코 그렇지 못하다는 것은 아마 삼십대 중후반의, 그러니까 나와 비슷한 시기의 사람들이라면 공감하리라 생각한다. 오늘도 우연찮게 이와 관련된 이야기를 어머니와 나누었다. 






여러가지 이유가 있고, 언젠가 남겼던 이야기에도 그 이유 중 하나는 있지만, 가급적이면 어머니의 이야기에 반하는 대답을 하려고 안 하는 편이다. 하지만, 그래도 이 주제 만큼은 어쩔 수 없었다. 그래서, 그냥 " 결혼이라거나, 육아라거나 이런거. 힘들잖아요. 어머니. 어머니도 저 키우시느라 힘드셨던 거 아는데." 따위의, 효자인지 불효자인지 모를 대답으로 넘기려다 이야기가 길어졌다. 






그러니까, 어머니께 답해드렸던 이야기를 요약하자면 그렇다. 지금의 나는 정말 내 한 몸 건사하기도 힘든 요즘을 살고 있다보니, 내가 할 수 있는 상황이거나 아닌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다. 그러니까 힘들 것 같아서 결혼을 피하려는 것이 아니라, 더 이상 힘든 것을 더하고 싶지 않다. 아니, 정확하게는 그 것이 힘들지 않을지라도 지금의 나에게 무엇이라도 자칫 잘못 쌓으면 겨우 버티는 지금마저도 모두 무너질 것만 같아서, 무엇도 - 그러니까 그 것이 결혼이라던가, 육아라는 거대한 것이 아니더라도 - 더하고 싶지 않을 뿐이다. 라고 답했다. 






가만히 내 이야기를 듣던 어머니는, "결혼은 그 흔들림을 잡아주는 역할도 해주는 거란다. " 라며 하시던 바느질을 이어 나가셨다. 어머니, 그래도 결혼은 타인과 하는 거랍니다 - 라고 되돌아 답하려다, 집어 삼켰다. 아주 잠깐, 누군가가 이 흔들림을 잡아주는 순간을 떠올리고, 선명하게 그려보려는 찰나 얼른 머릿 속에서 지워버렸다. 자칫하면 기대할 뻔 했다. 다행이다. 아마 조금의 시간이 지날 캄캄한 밤에는 또 그 때의 순간을 아쉬워하며 달이랄지, 별 같은 것이 있나 혼자 하늘만 멀뚱히 쳐다볼테다. 늘 그랬고, 그럴 것만 같다. 이렇게 이야기 한 날은 보통 그런 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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