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답게 사는데 나이가 중요한가요
인간이 가져야 할 최소한의 매너를 상실한 직장 내 괴물들을 겪으면서, 싫어하는 일을 하면서, 보낸 힘든 나날이 몇년째 계속 되고 있었다. 그에 대한 해결책을 찾기 위해 딱히 조언을 구할 사람도 없었고, 아마 그때부터 였던 것 같다. 점심시간에 서점에 가기 시작했던건.
정말 신기했다. 서점 한 바퀴를 쭉 돌다보면, 형체 없이 불명확했던 고민이 또렷해졌고, 무언가에 홀리듯 어머 이 사람도 나와 같은 생각과 고민을 하고 있구나 하는 책을 발견하게 된다.
책안에는 '언제나' 답이 있다.
그러다가 [쓸모 인류] 란 책을 만났다.
어디에 다니는 누구라는 말 빼고 나를 다른사람 앞에서 소개할 적절한 말이 있을까, 직장을 그만뒀을때 나는 전혀 다른 새로운 일로 돈을 벌수 있을까.
거참 이런 질문에 대답을 머뭇거리는 내 자신이 초라하게 느껴지는 순간이다.
깊이 있는 나의 쓸모에 대한 성찰 없이, 남들이 뭐라 하지 않을 정도의 적당한 학교,전공,취업을 선택한 결과의 진통은 상당하다.
67세의 빈센트의 삶은 그 누구보다 에너제틱하다.
못난이빵을 잘 만들고, 사랑방의 호스트이며, 자기 집안 어느 곳하나 빈센트의 손길이 닿지 않는 곳이없다. 또한 요가를 잘하고 버틀러학교에 가고 싶은 꿈이 있는 젊은이보다 더 젊게 살고 있다.
자기만의 취향을 알고 있고, 여전히 하고 싶은 일이 많으며, 끊임없이 자신의 쓸모를 찾아나서는 방식으로 자신의 삶을 응원하는 모습이란 이런게 아닐까 싶다.
반면에, 빈센트의 삶을 부러워하는 40대 중반의 작가의 모습에서 나의 모습이 비춰진다.
몸의 화석화를 겪고 있으며(걷는 것도 힘에 부친다), 지금까지 어찌어찌 살아왔으니, 앞으로도 어떻게든 되겠지 라는 삶에 대한 방관적이며 수동적인 태도(주변상황의 압박에 쉽게 순응, 내 삶인데 대체 왜 그래왔는지).
30년 넘게 살면서 제대로 할 수 있는게 아무것도 없는 사람이라니(내가 생각한 무언가를 제대로 할 줄 아는 수준이란 남에게 가르칠 수 있는 수준을 뜻한다)
갑작스레 닥친 깊은 고민과 스스로 결정해야 하는 상황을 감지한 순간은 충격과 공포 그 이상이었다. 왜냐하면 나에게는 이런 순간이 다가오지 않을거라고 생각했기에. (이것 또한 주체적이지 못한 삶의 태도가 일으킨 파장이다)
이 책의 주인공은 빈센트와 40대 평펌한 가장의 이야기다. 대조적인 둘의 생각과 생활을 보여줌으로써, 한편으로는 나만 겪는 진통이 아님에 대한 위안을, 다른 한편으로는 매우 기본적임에도 불구하고 오랜 세월 잊고 있었던 가치- 삶에 대한 호기심과 열정, 자유로운 생각과 행동 을 생각나게 하는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