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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도그린 Oct 20. 2019

인스타 자랑도 너무 많이 하면 멀미가 난다구요

 



몇 해전, 인스타그램을 처음 시작했다.

새로 가입한 러닝모임 때문이었는데, 그들을 만나며 신기해했던 점이 딱 하나 있었다.

보통 처음 만날때, 이름과 현재 무슨일을 하는지 등의 소개를 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내가 본 그들의 인사법은 ‘좀’ 달랐다.


나: 안녕하세요! 반가워요 저는 소연이라고 해요.

상대방 : 인스타 주소 있어요? 팔로우 할게요.

나: ..........??


내가 누구인지, 상대방이 어떤 사람인지 물어보고 대화를 나누기보다는 인스타그램 피드를 보고 내가 어떤 사람인지 파악한다는 것. 어느덧 인스타그램이 내가 누구인지 증명하는 신원보증서가 된 느낌이었다.


이후, 취미생활을 하며 알게된 사람들에게, 나도 전화번호를 묻기보다는 인스타그램 주소를 먼저 물어보기 시작했다.

사람과 친해지기 위해 거쳐야 하는 단계가 하나 더 늘어난 느낌이었다.


인스타그램을 하다보니 집착하는 것이 하나 생겼다. 인스타그램의 본질은 개인의 일상을 기록하고 친구들과 공유하는 공간인데, 그 속을 들여다보다보면 나와 상관없는 타인의 일상을 쉽게 볼 수 있는 구조라는 점.

그러다보니 표면적으로는 일상을 보여주는 것 같지만 실상은 자신을 브랜딩해서 셀링하는 인플루언서를 자주 접하게 된다. 매일매일 달라지는 멋진 일상사진과 예쁜 몸매를 자랑하는 그들의 사진을 하염없이 몇시간 동안 보고 있던 적도 있었다.

내 일상은 별 특별한 이벤트 없이 똑같은데 이 사람들은 매일이 축제네. 예쁘고 잘생겼으니 조금만 적극적으로 활동하면 팔로워들도 늘어나고... 사람들과 교류를 위해 만든거였는데... 인스타그램을 통해 늘어난 건 오히려 타인과의 끊임없는 자기비교였다.

계속된 비교가 나를 잠식하고 있었다. 눈빛은 흐릿해졌고 머리는 멍해졌다.






다행히도 언젠가부터, 나는 인스타그램과 나 자신을 따로 떼어놓는 연습을 하기 시작했다. 핸드폰 화면에서 잘 보이지 않는 폴더에 어플을 옮겨 눈에 띄지 않게 했다. 어플 자체의 로그인이 뜸해졌고 수시로 들어갔던 인플루언서 계정 출입이 눈에 띄게 줄어들었다. 연습이 효과가 있었던지, 그들의 화려한 삶의 피드를 보더라도 이제는 그건 그들의 삶이지 내가 경험하지 않으면 그건 내 것이 아니니까 그러려니 하며 내게 도움이 될 것 같은 내용만 참고 한다.

SNS가 주는 편의성, 영향력이 있기에 아예 SNS를 끊지는 않았다. 대신, SNS에 내 삶이 잠식당하지 않게 조절하는 것, 나의 경우는 SNS에 넘처 흐르는 정보 중 나에게 약이 되는 정보들을 서칭하고 셀렉하는 툴이라는 정도로 대하고 있다.


SNS 뿐만 아니라 주변 사람들, 처한 환경으로 인해 우리의 삶이 불안하게 움직인다는 생각이 들때가 있다.

다른 사람들이 사는 모습에 자극은 받을지언정

흔들리지 않는다는 것.

이제라도 자기 중심을 잡을 수 있는 내공을 하나하나 쌓아올리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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