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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꼬작꼬작 Jun 21. 2023

나의 소중한 첫 차를 사기까지

생애 최대의 지출, 신중해지는 시간

면허까지 따고 나니 차를 사도 되겠다, 싶었다. 하지만 차를 무슨 과자 한 봉지 사듯 쉽게 살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이때까지 이렇게 큰돈을 한 번에 써 본 적이 없는 데다 한국에서 벌어 온 돈의 상당 부분을 투자해야 하는 큰 일이었다!


1. 중고차 vs. 새 차

가장 먼저 고민한 것은 중고차를 살 것이냐, 새 차를 살 것이냐였다. 중고차는 저렴한 매물이 많은 대신 꼼꼼히 알아봐야 했다. 인터넷에서 '중고차 볼 때 체크리스트' 같은 것들을 찾아 저장해 놓기도 했다. 


새 차는 가격이 좀 더 올라가는 대신 고장이 날 염려가 적었다. 딜러를 만나고 협상하는 게 꺼려지는 절차였지만 고장 났을 때 정비소를 찾기 위해 애쓰는 것보다 나을 것도 같았다. 


결국 새 차 쪽으로 마음이 기울었다. 좋은 중고차를 살 안목도, 중고차를 샀다가 혹시 고장 난 차를 사면 그걸 대처할 요령이 없었다. 게다가, 일본 브랜드의 중고차를 살 가격이면 한국 브랜드 새 차를 살 수 있었다. 


2. 일본차 vs. 미국차 vs. 한국차

우리의 예산은 약 2만 달러였다. 그 안에서 살 수 있는 모델은 정해져 있었다. 일본, 한국, 미국 브랜드의 준중형 세단 정도였다. 우버나 리프트를 타고 장을 보던 시절 덕분에 다양한 차를 타 볼 수 있었다. 


키 185cm의 남편은 '일본차는 너무 작은 느낌'이라고 했다. 혼다 시빅이나 도요타 코롤라 모델을 타 보고 느낀 점이었다. 운전석을 끝까지 뒤로 빼도 앞의 신호등이 잘 보이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남편보다도 키가 크셨던 시아버지께서는 같은 이유로 SUV를 선호하셨다고 한다.


미국 브랜드의 차는 찾아보니 악평이 꽤 있었다. 특히 정비와 관련된 리뷰에 우리는 민감했다. Ford는 우스갯소리로 'Fix or Repair Daily'의 줄임말이라고 하니, (모든 차가 그렇지는 않겠지만) 잘 모르는 입장에서 겁이 났다. 일본차나 한국차보다 정비를 하면 부품값이 많이 나온다고도 했다.  


한국 브랜드 차는 가격이 가장 저렴했다. 우리가 알아보던 준중형 세단은 한국 모델명으로 '아반떼', 미국명으로는 '엘란트라'다. 우리 가족과 십 년을 함께했던 98년 아반떼가 생각났다. 한국 것이기에 익숙하다는 점, 가격이 가장 낮다는 점, 정비에 악평이 덜하다는 점 등에 끌려 우리는 현대 엘란트라를 사기로 했다. 


3. 적정가를 알아보자

현대 엘란트라를 사기로 마음먹고 나서 검색을 시작했다. 얼마가 적정가인지 알아야 좋은 딜인지 아닌지 알 수 있다!  


KBB (Kelley Blue Book, kbb.com)는 이럴 때 많이 쓰이는 웹사이트다. 

여기에서는 중고차인지 새 차인지, 어떤 회사의 어떤 모델, 몇 연식인지, 검색하는 사람의 위치는 어디인지에 따라 소비자 권장 가격 (MSRP, Manufacturer's Suggested Retail Price)와 적정 시장 가격 (Fair Market Range)를 보여준다. 


이런 가격에 세금, 서류 처리 비용, 차량 등록 비용 등을 모두 합치면 최종 가격 (Out-the-door price)가 된다. 


4. 딜러들에게 문의하기

KBB를 통해 대략 OTD $18,000이라는 목표를 잡았다. 이 가격에 차를 살 수 있을지 딜러들에게 연락해 보기로 했다. 


삼사십 분 거리 이내에 현대차 딜러샵이 대여섯 군데 있었다. 모두 이메일을 보냈지만 '오면 얘기해 보자'라고 답이 온 곳은 방문하지 않고, 대략적이라도 가격을 알려준 두 곳에 가서 시승을 했다. 


처음에는 기본 트림을 타봤는데 최소한 물리키가 아닌 것을 갖고 싶다는 생각으로 트림을 올렸다. 지금의 차는 타자마자 옵션이 마음에 쏙 들었다. 전체 차 가격에 비하면 크지 않은 돈으로 스마트키와 선루프를 가질 수 있었다. 


너무 마음에 들어 하는 티를 냈는지 딜러가 그 자리에서 계약을 진행하려고 했다. 조금 더 생각해 볼 시간이 필요해서 거절하고 나와야 하는데 입이 떨어지지 않아 진땀이 났다. 남편과 서로 미루다가 결국 다음에 오겠다고 어렵게 말을 꺼냈다. 지금 생각해도 미국에 와서 가장 난감했던 순간이다. 


5. 협상하기

모델과 트림까지 정했고, 이제 협상의 시작이었다. 색에 따라 조금씩 가격이 달랐다. 캘리포니아에서는 흰색이 가장 인기가 많고, 내부 인테리어도 천으로 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검은색 가죽으로 인테리어를 하면 가죽이 상할 만큼 뜨거운 캘리포니아의 햇살 때문이다. 


우리는 회색을 원했다. 남편이 똑 부러지게 '인기 있는 색상이 아니니 할인해 달라'라고 이메일을 썼고, 견적에 대해서도 논의했다. (논리적으로 감정 빼고 똑 부러지게 이메일 쓰기 같은 것을 나는 잘 못해서 남편이 멋져 보였다.) 


딜러샵에서는 '나보다 더 싼 견적서를 받았다고? 차를 살 때 가져오면 할인해 주겠다'라고 했다. 우리는 진짜 더 싼 견적을 (그 진땀 나는) 딜러샵에서 받았기 때문에 이메일을 인쇄해 갔고, 최종적으로 목표했던 가격에 차를 살 수 있었다! 


이렇게 차를 찾기까지의 과정이 지났다. 많이 준비할수록 일명 눈탱이를 맞거나 바가지를 쓸 확률이 줄어든다. 특히 백 퍼센트로 의사소통이 되지 않는 미국에서는 더 그렇다. 


Haggle이라는 말이 있다. 무언가의 가격에 대해 협상하거나 'argue'하는 것을 말한다. No-haggle을 셀링 포인트로 광고하는 곳이 있을 만큼 부정적인 뉘앙스를 가진 말이다. 미국인들조차 차를 살 때 haggle하는 것을 피곤하게 여김을 알 수 있다. 


우리는 그래도 미리 이메일로 의사소통을 다 하고 갔고, 우리가 만났던 딜러가 신사적인 편이었기에 많이 haggle하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빈 손으로 갔다가 차를 타고 돌아온, 신나는 날의 이야기는 다음 글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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