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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꼬작꼬작 Aug 26. 2023

운전하며 느끼는 다른 점 이모저모_고속도로 1편

빠르고 직관적인 미국의 고속도로

운전을 하다 보면 고속도로에서도 한국과 다른 점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땅이 넓어서 어디를 가려면 몇 시간이 걸리는 데다, 자동차가 주 교통수단이니 '최대한 교통 흐름을 원활하게 만드는 데 집중'한 모양새 미국 고속도로에 대한 이야기를 해 보려고 한다.


1. 빠른 평균 속도

미국 고속도로를 달리다 보면 가장 먼저 느껴지는 것, 주행 속도가 매우 빠르다는 것이다.


내가 살았던 샌디에이고와 지금 살고 있는 북캘리포니아 고속도로에서 가장 흔하게 볼 수 있는 제한 속도는 65마일 (시속 약 105km)이다. 도시 주변에는 이 정도의 속도 제한이 흔하고, 인적이 드문 곳으로 가면 70마일, 75마일도 흔하게 볼 수 있다.


비록 제한 속도는 65마일이지만 그 속도로 달리는 차는 거의 볼 수 없다. 대부분 70마일 이상으로 달리고, 좀 빠르게 간다 싶을 때는 80마일도 밟는다.


주변 차량 속도에 맞춰 가다 보면 나까지 빨라지는 걸 막을 수 없다. 천천히 가는 것이 오히려 더 위험하기 때문이다. 특히 HOV 차선 (High Occupancy Vehicle Lane)으로 가면 마치 과속 허가라도 받은 듯 뒤에서 쫓아오는 차가 부담스러울 때가 많아, 정체 구간을 지나면 빠르게 2차선으로 가곤 한다.


(한 가지 재미있는 사실은 HOV 차선은 카풀 차선이지만 2명부터 이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1인 1차가 얼마나 보편적이면 2인부터 다인승으로 간주해 혜택을 줄까?

모든 HOV가 그런 것은 아니지만 샌디에이고 주변에서는 그랬다. 현재 사는 곳에서는 3인부터 이용할 수 있지만, 한국의 다인승 차선 기준인 6인 이상에 비하면 절반이다.)


2. 단속은 카메라보다 경찰

이렇게 제한 속도를 마구 달리다가 단속되면 어떡하나?

우선, 단속 빈도로 보면 이곳이 압도적으로 적을 것이다. 왜냐하면 속도 단속 카메라가 거의 없기 때문이다!


한국에 방문했을 때 엄마와 강원도에 놀러 갔는데, 내비게이션이 아주 많이 바빴다. 조금만 가다 보면 '단속 구간입니다', '이동식 단속 구간입니다', '전방에 몇 킬로미터 제한 구간입니다' 등등을 안내해 주느라 그렇다. 그 외에도 급커브 구간이며 스쿨존 등 이것저것 주의하라고 안내를 어찌나 잘해주던지.


미국에서는 단속을 경찰이 직접 하기 때문에, 경찰이 없는 곳에서는 단속이 안 된다. 넓은 구역을 단속해야 하니 경찰이 자주 보이지도 않고 드문드문 있다.


하지만 단속될 가능성이 적다고 방심 위험하게 운전해서는 안 된다. 한 번 단속되면 어마어마한 벌금을 내야 한다. 특히 제한 속도를 20마일 이상 초과해 달렸거나 특정 속도 이상으로 달리다가 걸리는 경우 가중 처벌이 된다. 캘리포니아에서는 $238에서 $490 정도의 벌금을 내고, 벌점을 없애려면 교육을 듣는 과정도 거쳐야 한다. 무엇보다도 애초에, 고속도로에서 경찰차가 나를 쫓아오고 위압적인 경찰과 대면한다는 것 자체가 좀 무섭지 않을까?  


처음 미국에 왔을 때는 웨이즈 (Waze)라는 내비게이션 앱을 썼다. 사용자끼리 경찰 단속이나 정체 구간 등을 공유하는 기능이 있어서 조심해야 할 곳을 알 수 있었다. 몇 년 뒤에는 구글 맵에서도 단속 중임을 알 수 있게 되었다. 꼭 과속을 하다 경찰 앞에서만 천천히 가는 것은 아니지만, 역시 단속이 있으면 더 조심하게 되는 효과가 있다.


(별개로, 고속도로에는 카메라가 없다시피 하지만 대도시의 일반 도로, 특히 교차로에는 카메라가 있는 곳도 있다. 신호 위반을 중점적으로 잡아서 빨간불일 때 교차로를 건너가면 플래시가 터지며 나중에 우편으로 티켓이 날아온다고 한다.)


3. 톨게이트 없 무료 도로

톨게이트가 없다는 것도 하나의 차이점이다.


고속도로에서 일반도로로 접어드는 곳에는 아무것도 없고 그냥 도로만 있다. 한국에는 톨게이트명이 크게 쓰여있고 하이패스 차로 등 시설이 있는데, 이곳은 언제 고속도로로 들어가고 나왔는지 분명하지 않은 경우도 있다.


유료 도로도 찾아보기 힘들다. 가끔 보이는 유료 도로는 통행량이 아주 많은 곳에서 돈을 내고 이용하는 Fast Track이거나, 다리를 건너는 것처럼 특정한 시설물을 이용할 때다.


톨게이트가 없으니 특별히 멈출 일이 없어 교통 정체가 덜 하다. 한국에 갔을 때 강원도로 놀러 가겠다고 오전 일찍 출발했음에도 구리 톨게이트를 통과하는 데 몇 십 분이 걸렸던 기억이 난다. 하이패스 차로가 있어도 줄어드는 속도로 인한 정체는 어쩔 수 없나 보다.


4. 숫자로 표기된 도로와 출구

지역명이 없다는 것은 도로 시스템이 완전히 다르다는 의미도 된다. 미국 고속도로는 숫자로 이루어져 있다. '경인고속도로', '경부고속도로'처럼 연결되는 도시 명칭을 따 온 경우가 많은 한국과 또 다른 점이다.


미국에서는 도로 방향이 남-북이면 홀수, 동-서면 짝수로 되어있다. 서부에 있어 가장 많이 보아 온 5번 고속도로는 미국의 가장 남쪽인 샌디에이고에서부터 워싱턴 주, 오레곤 주를 거쳐 캐나다까지 연결되어 있다. 이렇게 여러 주를 거쳐 연결되는 주요 도로를 'Interstate Highway'라고 부르고, 그중에서도 중요한 도로는 5의 배수로 정해뒀다.

남북 방향인 홀수 도로 중 5의 배수 도로들 (출처: Youtube CGP Grey)
동서 방향의 짝수 도로들 (출처: Youtube CGP Grey)

도로가 숫자인 것처럼, 출구도 역시 번호로 지칭한다. 남쪽에서부터 1번으로, 북쪽으로 가면서 번호가 커진다. 샌디에이고에 살 때는 남쪽 국경이 가까워 출구 번호가 20번대였는데, 지금은 400번대로 바뀌었다. 그만큼 북쪽으로 많이 올라온 셈이다.


(샌디에이고의 유명한 아웃렛인 'Las Americas' 아웃렛은 국경 바로 앞에 있어서 무려 1번 출구로 나가야 한다. 그래서 이곳에 갈 때는 항상 정신을 잘 가다듬었다. 아웃렛에 가려다가 실수로 출구를 놓쳐 국경을 넘었는데 신분증이 없어 어려움을 겪을 수도 있어서다.) 


출구는 도시 근처는 보통 1마일마다 하나씩 있고, 1마일보다 좁은 간격으로 있을 때는 알파벳을 붙여서 구분하곤 한다. 도시가 아닌 곳은 출구가 띄엄띄엄 있지만, 단순히 계산해 보면 캘리포니아 내에서 797마일인 I-5 도로의 출구 개수가 796개이니 1마일에 하나씩인 셈이다.


출구 번호로 지칭하면 직관성이 뛰어나다는 점이 좋다. 대략적인 거리도 가늠할 수 있고, 모르는 지역에 가도 번호를 알면 된다. 물론 번호와 함께 거리명도 출구에 적혀있다.  


자동차가 생활에 중요한 만큼 많이 타고 다녀서 그런지, 쓰면 쓸수록 다른 점이 많이 생각난다. 나가는 곳을 쉽게 알 수 있도록 만들어 둔 점선이나 각종 시설의 다른 점은 고속도로 2편에서 써보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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