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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꼬작꼬작 Aug 30. 2023

운전하며 느끼는 다른 점 이모저모_고속도로 2편

쉬고 싶으면 짧은 점선을 찾기

1편에서는 고속도로의 속도와 단속방법, 번호로 매겨진 도로명과 출구 등에 대해 썼었다.

이어서, 미국의 고속도로에 대해 이런 생각들도 해 보았다.


5. 나가는 길을 쉽게 알 수 있다

길을 가다 보면 종종 차선이 짧은 점선으로 바뀌는 것을 볼 수 있다. 해당 길이 끝나간다, 다른 방향으로 간다는 것을 표시해 준 것이다.

일반도로에서는 좌회전 차선이나 우회전 차선에 있고, 고속도로에서는 출구로 빠지는 곳에 있다.


고속도로에서 출구로 나가는 차선은 하나일 때도 있고 두 개일 때도 있는데, 마지막 차선에 'Exit Only'가 붙어 있으면 반드시 나가야 하는 차선이다.

나가는 곳이 두 차선일 경우에는 마지막 차선에는 점선이, 그전 차선에는 일반 선이 그어져 있다.


짧은 점선 차선이 있음으로 해서 경각심을 준다고 할까, '이 길에 있으면 나갈 수 있겠다' 혹은, '이 길에 있으면 안 되겠다!'를 쉽게 알 수 있어 좋다.


작년 한국에 갔을 때 가장 크게 느낀 고속도로의 변화된 것, 색으로 표시해 주는 출구 제도가 있었다. 분홍색이나 초록색 차선을 따라가면 목적지로 갈 수 있으니 얼마나 편하던지!

한국에서는 길이 복잡한 서울에 살았던 반면, 이곳에서는 조금 한적한 곳에서 살아서인지 길 자체가 어렵지 않아 차선색까지 구분할 필요는 없는 것 같다. 짧은 점선만으로도 충분하다.



6. 콘크리트 도로의 울퉁불퉁함

미국 전역에 뻗어 있는 긴 도로들을 관리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일 것이다. 그래서 그런지 도로 상태가 한국보다는 안 좋은 경우가 많다.

아스팔트보다 콘크리트 도로가 압도적으로 많아서 주행감이 좋지 않고 소음도 심한 편이다.


가끔 새로 깐 도로일 경우에만 부드러운 구간이 나타나고 나머지는 그저 감내하는 수밖에 없는데, 팟홀이라도 없으면 다행인 셈이다.


콘크리트로 도로를 까는 이유는 경제성 때문이다. 콘크리트는 내구성이 좋아서 유지보수에 돈이 덜 드니, 저 넓고 긴 도로를 모두 아스팔트로 까는 것보다 콘크리트가 경제적일 것이다.

그렇다고 해도 워낙 통행량이 많고, 미국 내 운송의 40퍼센트를 차지하는 화물차가 많이 다녀서 금세 망가지고 보수가 필요하게 되는 것 같다.



7. 가로등 없이 어두운 도로

도로 자체를 유지보수하는 것도 일이지만, 관련 시설을 설치하고 관리하는 것 역시 쉽지 않아 보인다.


몇 년 전 로드트립을 다닐 때 인상적이었던 것은 가로등 찾기가 어렵다는 것. 예를 들면 그랜드캐년에서 브라이스캐년으로 가는 길 등에는 정말 가로등 찾기가 어려워서 야간 운전을 할 때 주의해야 했다. 오죽하면 가로등이 나타나면 '사람이 산다!'하고 반가워했을까. (대신 달과 별은 잘 보였다.)


꼭 캐년 사이의 인구 밀도가 낮은 곳이 아니더라도, 샌디에이고만 해도 밤에는 어두운 곳이 꽤 많다. 주택가에는 가로등이 거의 없고, 고속도로도 다운타운 쪽은 밝지만 다른 곳은 어두운 편이다. 그래서 당일치기로 가까운 곳에 다녀오더라도 해가 지면 저 먼 곳에서 보이는 빛을 보고 집에 다 왔구나! 하고 느꼈다.


어두운 데다 지평선이 보이는 곳도 많아서 차가 아주 없는 길을 갈 때는 지평선 끝에 걸린 뒤차의 모습이 계속 보이곤 한다. 밤에는 얼마나 떨어져 있는 것인지 알기 힘들어서 꼭 바로 뒤에 있는 것 같지만, 사실은 엄청나게 멀리 있는 뒤차일 때가 많다.


야간에 운전할 때는 거리 감각뿐 아니라 속도 감각도 사라진다. 그저 검기만 한 도로를 가다 보면 과속하기 쉽다. 그래서 종종 크루즈 모드를 켜 둔다. 

좋은 차가 아니어도 미국에서는 크루즈 모드가 흔하게 있는데, 앞차를 인식해 거리를 조절해 주지는 못 하고 같은 속도를 유지해 주는 기능 정도가 기본으로 있다. 장거리 운전의 피로를 덜어주는 좋은 기능이다.

같은 속도로 크루즈 설정을 해 둔 차와 몇 시간씩 도로를 달릴 때도 있는데 이 때는 왠지 모를 동질감이 느껴진다.



8. 휴게소 대신 나갔다 들어오기

크루즈 모드가 장거리 운전을 도와준다고는 하지만, 가다가 어딘가에서 쉬고 싶을 때도 있는 법이다. 한국이라면 휴게소가 있지만 미국에서는?


이게 궁금해서 미국 휴게소를 찾아본 적도 있는데, 내가 다녔던 곳에서는 '휴게소'라는 개념이 없었다.

휴게소 대신 고속도로 출구 주변에 있는 쇼핑 콤플렉스에 가거나, 주유소에서 화장실을 잠깐 쓰거나, 'Rest Area'에 갈 수 있다.


휴게소는 목적지로 가는 길에서 가장 빠르게, 효율적으로 휴식과 식사, 화장실을 해결하는 방법이다. 뭐랄까, 빨리 목적지에 가야 하니 출구로 나갈 시간을 아끼자!라는 느낌이다.


한편  잠깐 출구로 나가는 것이 번거롭지 않은 미국 고속도로 시스템 덕분에 여기에서는 출구에 딱 붙어있는 쇼핑 콤플렉스가 휴게소와 비슷한 역할을 한다. 주유소, 식당, 카페, 마트 등이 한 자리에 모여 있다. 한국 휴게소처럼 복작거리는 재미와 맛있는 간식이 없는 것은 아쉽지만, 원할 때 쉽게 나갈 수 있는 것은 좋은 점이다.


아예 쇼핑 콤플렉스를 만들 수 없을 만큼 인적이 드문 곳에는 rest area가 있다. 마치 '졸음 쉼터'의 느낌이다. 내가 가 본 곳은 I-5 고속도로와 바다 사이의 한 휴식 공간이었다. 작은 건물에 화장실과 여러 대의 자판기가 있었다. 자판기는 생각보다 커서 음료, 과자뿐 아니라 온갖 종류의 샌드위치가 있었다. 유통기한이 지나기 전에 샌드위치가 모두 팔릴 확률은 희박해 보였다. 이곳에도 누군가 정기적으로 들러 샌드위치를 채워 넣겠지?

 

바닷바람이 시원한 곳에 벤치와 테이블이 있고 먹을 것도 있으니 썩 괜찮은 경험이었다. 하지만 여행을 다닐 때 화장실에 가고 싶거나 쉬고 싶으면 rest area보다는 스타벅스를 찾는 일이 더 많다. 고속도로 옆에 꼭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운전하며 느꼈던 이런저런 차이점의 고속도로 편도 끝났다. 그동안 생각했던 것을 한 번에 정리해 볼 수 있어서 즐거웠다.


일상생활에서 빼놓을 수 없는, 그래서 '신발'이라고 불리는 자동차인 만큼 할 이야기는 이곳에 살수록 더 쌓여갈 것 같다. (지금도 엔진 오일을 바꾸러 와서 남는 시간에 글을 쓰고 있고, 다음 주에는 자동차 등록세를 내야 한다.)


지금까지 집 이야기와 차 이야기를 했다. 잘 곳을 마련했고 돌아다닐 발도 생겼을 때, 가장 풍부해졌던 것은 '식생활'이었다. 이제부터는 '먹는 이야기'를 해 보려고 한다.  



 (커버이미지_안자보레고 Anza-Borrego 사막에 가는 길. 노란색 짧은 점선은 추월 가능 차로로, 출구를 가리키는 점선과는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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