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리어 두 개, 배낭 한 개

처음 사 본 편도 항공권, 그리고 최소한의 살림살이

by 꼬작꼬작

결혼식과 신혼여행을 무사히 마치고, 우리는 '떠날 준비'를 시작했다.


항공편을 예매하고 가져갈 수 있는 가방의 무게를 확인했다. 새로운 캐리어도 샀다. 캐리어를 살 때 직원분이 '며칠 일정으로 가세요? 맞는 사이즈를 추천해 드릴게요.'라고 하셨는데, 바로 대답이 나오지를 않았었다. '어.. 편도로 가요.'라고 했던가? 그 매장에서 가장 큰 캐리어를 샀다.


무엇을 가져가야 할지 고민이 되어서 열심히 찾아봤는데, 사실 미국이나 한국이나 사람 사는 곳인지라 특별히 준비할 것은 없고 와서 사면된다는 게 인터넷 검색의 답이었다. 꼭 따지자면 110V로 변환할 수 있는 '돼지코'는 필요하다고 했다.


우리는 아무런 살림살이가 없는, 그야말로 '생'신혼이어서 짐을 챙기기가 수월했다. 집이나 가구, 자동차 등 재산이 있으면 미국에 머무를 예상 기간에 따라, 또 성향에 따라 그것들을 처분하는 데 어려움을 겪다 오는 경우도 보았다. 집은 전세를 주거나 매매하고, 자동차와 가구를 가족에게 주거나 중고로 거래하고.. 등등.


짐을 '이민 가방'이라고 불리는 삼단 가방에 넣을 필요도 없었고, 배편으로 부칠 것도 없었다. 깔끔하게 하드캐리어 두 개에 필요한 것들을 다 넣고 떠나는 것이, 멋진 새로운 시작을 알리는 것 같았다. (이민 가방을 비하하는 것은 전혀 아니다! 우리는 단지 짐이 없었을 뿐. 가져올 수 있는 것이 많으면 정착이 수월하다.)


그래서 우리가 가져온 짐에는 무엇이 있었냐면,


캐리어 안에는

냄비 두 개, 깨지지 않는 접시와 그릇 네 개, 주방용 칼세트,

여름용 옷, 아주 얇은 침대 패드, 멀티탭, 세면도구,

그리고 엄마들의 사랑이 담긴 밑반찬이 있었다.

배낭 안에는 노트북, 신분과 관련된 서류들을 넣었다.


정말로 이게 전부였다. 그런데도 캐리어는 순식간에 다 차버렸고 가방도 무게 제한인 15kg을 간신히 맞췄다.

집의 체중계에 캐리어를 이리 뒤집고 저리 뒤집어 올려 23kg를 넘지 않는지 재는 것은 재미있었지만, 한편으로는 짐의 무게만큼이나 이제 돌아올 기약이 없다는 것에 마음이 무겁기도 했다.


출국날, 가족들과 헤어지는 데 용케 울지 않았다. 아마 남편이 있어서 그랬겠지? 출국장을 빠져나오고 비행기 안에서는 눈물이 약간 났다. 가서, 씩씩하게 잘 지내볼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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