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에서 일본 나리타를 경유해 샌디에고 국제공항에 도착했더니 하루가 지나있었다. 샌디에고까지는 직항이 없어서, 이렇게 타국가를 경유하거나 미국 서부의 다른 도시 (시애틀, 샌프란시스코, 엘에이 등)를 경유해 와야한다.
공항에 도착하고서는 미리 예약해 둔 셔틀을 탔다. 대형 SUV 정도 크기의 셔틀은 제 시간에 맞춰 나타났고, 우리를 목적지인 '메사누에바 (Mesa Nueva)' 아파트까지 잘 데려다주었다.
메사누에바는 2017년에 막 완공되어서 우리가 첫 입주자인, 말 그대로 새아파트였다. 그 때에는 심지어 아직 다 건설되지 않은 건물동도 있어서 한동안 옆건물 공사 소리를 들어야하기도 했었다.
새 아파트라 오피스 직원들 사이에서 약간의 긴장과 들뜸을 느낄 수 있었고, 조금은 어리숙한 업무 처리도 인상에 남았다.
UCSD에서 운영하는 대학원생 기숙사는 아주 다양하다. 대학원생과 그 가족을 위해 학교에서 운영하는 주택이 7단지가 있고, 학부생용 기숙사는 따로 있다.
코스트 Coast, 메사 Mesa, 원미라마르 One Mirmar, 메사누에바 Mesa Nueva, 누에보 이스트&웨스트 Nuevo East&West, 마지막으로 교수진을 위한 라호야 델 솔 La Jolla Del Sol 등이 대학원생 및 교직원용 아파트들이다.
각 아파트들은 크기도, 렌트비도, 장단점도 천차만별이다.
코스트는 가장 오래된 단지라 렌트비가 저렴한 대신 건물이 낡았을 수 있고, 대신 이름 그대로 바다 전망이 좋다고 한다. 메사는 작은 건물들로 이루어진 단지인데, 한 건물에 보통 네 가구만 있어서 조용하고 건물 사이 간격이 넓다. 원미라마르는 앞의 두 단지보다 규모가 훨씬 크다. 방 2개, 화장실 2개 (2B2B) 크기까지 있는데 새 아파트들보다는 상대적으로 저렴하다.
누에보 이스트와 웨스트는 굉장히 큰 유닛도 있다는 특징이 있다. 무려 방이 6개까지 있는 경우도 있는데, 이건 방 하나, 화장실 하나를 자기 것으로 하고 거실 및 주방 공간은 공유하는 형태라서 그렇다. 라호야 델 솔은 포스트닥터 (포닥)부터 입주할 수 있다. 3층까지 있는 건물이고, 가족들이 많이 살며 렌트비는 상대적으로 비싼 편이다.
UCSD의 HDH (Housing, Dining, Hospitality) 부서에서는 시기별로 이벤트도 많이 열었다. 예를 들면, 새 입주자가 오는 9월이면 주차건물 옥상을 통째로 비워서 스탠딩 파티를 열기도 하고, 원미라마르 단지에서 블럭파티 (Block Party)라는 일종의 동네 파티를 하기도 했다. 델 솔에는 아이스크림 트럭을 불러서 수영장 파티를 열기도 하는 등, UCSD를 중심으로 하나의 커뮤니티를 만들기 위해 매일매일 열심히 일하는 부서여서 고마움이 컸다.
다른 단지도 선택권이 있었지만 남편은 메사누에바를 골라 미리 입주 신청을 했다. 그 이유에는 여러 가지가 있었다.
1. 어마어마한 샌디에고의 물가에 비해 저렴한 렌트비. 학교에서 관리하는 주거 네트워크 중 대학원생을 위한 곳이니만큼, 외부아파트보다 훨씬 합리적인 비용으로 살 수 있었다. 이 당시 남과 공간을 공유하지 않고 유닛 전체를 쓸 수 있으면서 월 1천달러 미만의 아파트는 메사누에바가 유일했다.
2. 학교 외부에는 선택의 폭이 너무나 넓고 다양해서 불안했다. 한국에서도 집 계약을 해 본 일이 없는데, 전혀 모르는 동네에서 급하게 방을 계약해야한다는 게 어려울 것 같았다. 외부 아파트의 계약 절차도 전혀 알지 못했던 데 비해, 학교 아파트는 온라인으로 지원하고 계약할 수 있었다.
3. 학교 아파트 중 신축이어서 우리가 첫 입주자! 깨끗한 새 시설을 마음껏 이용할 수 있다.
4. 가구가 모두 비치되어 있어서(Furnished) 식탁, 침대, 냉장고, 책상, 서랍장 등등이 모두 갖춰져있다. 이렇지 않았다면 우리는 도착한 날 바닥에서 자고, 다음날 차를 렌트해서 가구부터 사러 가거나, 시기에 맞춰 온라인 주문 후 조립해야했을 것이다.
긴 시간 비행에 이어 낯선 곳에 도착하고나니 우리는 기진맥진했다. 이 작은 방이 이제부터 우리의 안식처가 되어줄 것이었다. 무엇부터 해야하는지 모르겠지만, 우선 휴식이 간절했다.
마련되어있는 침대에 얇은 이불 겸 패드를 깔았다. 그런데 아뿔싸, 덮을 이불이 없다! 이것까지는 생각을 못한 것이다. 까실한 매트리스 위에 맨몸으로 눕고 이불 덮기 vs. 이불 안 덮고 자기 중 선택해야했다. 후자를 선택해서 가져온 트렌치코트를 덮고 선잠을 잤다.
가족을 배려하고 커뮤니티를 만드는 데 도움을 주려는 학교의 정책과 문화 덕분에, 메사누에바에서의 2년은 미국 생활에서 찬란하게 빛나는 시간으로 기억되었다. 아파트 단지들이 비슷한 위치에 있어서 친구들과 매일 함께 시간을 보낼 수 있었고, 이 인연이 이어져 아직까지도 연락하면서 미국 생활을 공유하고 있으니 말이다.
학교 아파트들은 아이가 있는 경우 기간 제한 없이, 원하는 단지에서 거주 가능이라는 특별 혜택이 있다.
하지만 아이가 없는 경우에는 2년의 기간 제한이 있어서, 우리는 2년 후, 2019년 여름에 외부의 아파트로 이사를 갔다.
이사 과정에서 배운 미국의 거주 형태, 아파트 찾는 법, 학교 아파트와 외부 아파트의 차이 등등을 쭉 이어 써보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