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2월부터 백수가 되었습니다.

프리랜서 한중일번역가

by 시에

영원한 것이란 없다는 말이 실감나는 요즘이다. 2018년 5월부터 시작해 오랫동안 잘 될 것 같았던 일본 회사가 경기가 안 좋아서 나한테 미안하다고 정규직으로 월급 주는 게 이제 어려울 것 같다고 한다. 그렇게 나는 12월부터 무직이 되었다.

출산했을 때 한 달 쉬었을 때도 월급을 줬었던 회사고, 중간중간 보너스도 줬었던 회사고, 6년 반 동안 꾸준히 같이 일해왔던 회사라 더 아쉽다. 사장님은 자기 사비를 들여서라도 우리한테 월급을 주고 있고, 갑자기 수입이 없으면 힘들다고 11월까지 월급은 주시겠다고 해서 어찌저찌 11월까지는 일하게 되었다. 나중에 회사가 다시 일어서면 또 찾겠다고, 중간에 일이 많으면 다시 회당 얼마식으로 부탁해도 되냐고는 하는데 그냥 미안해서 하시는 말씀이라고 생각한다. (실제로 간간히 일은 주셨음)

어차피 백수가 되니 12월에는 당분간 그냥 집안 살림이나 정리를 하면서 지내겠다고 했는데 벌써 불안해지는 건 뭐지. 일 할 땐 쉬고 싶고 일이 없어지려고 하니 또 막 하고 싶고. 원래 모순이 많은 게 인간이었지. 역경 속에서 더 강해지는 게 나인걸 알기에 곧 뭐라도 하리라 믿지만, 갑자기 미래가 캄캄하다.

분명 나는 번역을 죽을 때까지 하겠다고 결심했었다. 그런데 요즘은 그게 과연 가능할지 의문이다. 어딘가에 소속되어 있으면 프리랜서라고 해도 자유롭지 않고 불안은 안고 살아야 한다. 그래서 많은 번역가들이 한 회사랑 거래하는 게 아닌 여러 회사랑 일하고 있는 거겠지. 그동안 한 회사만 바라봤던 내 탓이다.

여러 생각이 든다. 40이라는 나이가 나에게 또 전환할 수 있는 기회를 주는구나 하는. 번역도 좀 더 하고 싶고 다른 일도 해보고 싶고 머릿속이 복잡하다. 나는 앞으로 뭐해 먹고 살까, 원래 다들 인생이 이런가, 세상에 완전한 안정은 없는 걸가... 등등. 책을 읽으면 그 해답이 나오려나. 일단 비움과 정리를 하면서 중간중간 책을 많이 읽으려고 한다.


닥치는대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