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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코코슈카 Feb 23. 2021

프롤로그#1

가만보자... 뭐부터 시작할까

글쓰기(정확히는 블로그 글쓰기)는 굉장한 부지런함이 기본 장착되어야 하고, 내 이야기를 다른 이들에게 마구 들려주기에 인색함도 주저함도 없어야 하는 법. 그러나 나는 일반적으로 상당히 부지런한 사람이나 인터넷 블로깅을 하기엔 한없이 게으르며, 나와 주변의 개인적인 이야기들을 오픈된 공간에 펼쳐놓고 '보세요! 구독과 좋아요 ! 댓글 환영!' 뭐 이런류의 활동을 즐겨하는 온라인 소셜라이즈된 사람이 전혀 아니라 나만의 노트에 끄적거리는 메모와 생각의 정렬과 가끔하는 한풀이용 장문의 글들을 더 사랑한다.


그런데 왜. 이런 짓을 하겠다고 여기 이곳을 내 발로 걸어들어와 회원가입을 하고(홈페이지 회원가입 넘나 싫음) 프로필에 들어갈 사진과 소개글을 올리고(뭔가 오글거림) 글쓰기 버튼을 눌러 여기까지 왔을까.

진정으로 지금 이 순간 자판을 두드리고 있는 나 스스로에게 묻고 답이 필요한 질문이다.


고백비슷하게 하자면, 글과 사진으로 포스팅한 내 브런치를 갖는다는 것에 대해 약간 더 진지하게 생각해보면서 제목 한줄- 프롤로그 #1을 적은 날은 12월 1일 (그래! 2020년이 가기전에! 그것도 12월이 시작된 첫날! 그래 해보는거야!! 뭐 이런 잠깐의 끓어오름). 그리고 보다 진지함으로 한줄한줄 적어내려가고 있는 지금에 이르기까지 17일이 걸렸다. 

여전히 잘은 모르겠다; 왜 이러고 싶은지, 무슨 이야기를 풀어 놓고 싶은지, 꾸준히 할 수나 있을런지, 그리고 무엇보다도 가장 아픈 질문은 글 잘 쓸 자신이 있는지.


싸이월드 시절, 보는 이들의 시선과 생각 따위 아랑곳하지 않고 격동의 사춘기 시절의 고뇌와 미친 감성을 주체하지 못하고 (뭔 말이 하고싶은건지 대체 알아듣지 못하겠는 말들로) 쏟아내었던 때가 있었고, 사랑했던 그와의 달콤한 추억을 한점 부끄럼없이 부지런히도 공개하고 굳이 거기다가 내 사랑을 고백하던 때도 있었고, 괴로운 이별 앞에 세상 끝낼 사람마냥 온갖 슬픔과 절망과 회의적인 언어들을 앞세워 그때 그 마음을 달래고 그 시간들을 견디었던 때도 있었지. 그러고 보면 내 이야기를 글로 써 내려가는 건 나를 탐구하고 파헤쳐보는 것과 같고, 이는 결과적으로 나를 되돌아보는 성찰의 시간이 되고 나와 그 사람, 사건 혹은 상황에 대한 다른 시각과 깊은 이해를 줌으로써 생각과 마음가짐을 정리하게 한다. 

그리고 생각해보니 기록이라는 건 어쨌든 좋은 것이다. 웹이라는 리스키한 공간은 여전히 내 노트보다 매력적이지 않지만, 어쩌면 노트에 포스트잇 플래그로 덕지덕지 구분하는 것보단 좀더 근사하고 가지런하게 글들을 정돈하고 바인딩 할 수 있겠지.


또 한가지 rationale은, 삶의 큰 변화가 지금 일어나고 있다는 것이겠다. To make a long story short, 거주지를 옮겼고 다음 변화가 있을때까진 이곳이 나의 집이 될테고, 사랑하는 사람과 이제 롱디관계는 청산하고 앞으로 가급적이면 떨어져 지내지 않으려 한다(코로나 시대에 롱디는 완전 nonsense다).


마지막으로, 글쓰기를 부끄러워하지도 두려워하지도 않고 덤덤하게 계속해서 해나갈 수 있었으면 좋겠다. 나만보는 내 공책 속에서 아무도 못보게 꽁꽁 잠궈놓고 (웬만하면 아무도 못알아보게 글씨도 휘갈기면서) 쓰는 글과 끄적거림에만 만족하다가는 글쓰기에 대한 두려움과 움츠러듬이 더 커질 것이 사실 더 두렵다. 그러니 한 발 내 딛어보자. 


okay, I'm convinced. 



             어쩌면 널 이전보단 더 가까이하지 못하게 될지도 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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