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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코코슈카 Apr 02. 2021

아침식사 골라먹는 즐거움#3

볼 하나에 담긴 소소한 행복

어쩌다보니 아침으로 먹는 세가지 메뉴를 이렇게 세번에 걸쳐 나눠쓰게 됐다. 

나의 아침막 마지막 메뉴는, 작은 한그릇 안에 맛난 볼bowl이다.  


Breakfast, Das Frühstück #3

이 메뉴의 아보카도에서부터 시작됐다. 그러니까, 제대로 된 '진짜' 아보카도를 만나게 되면서부터.

아보카도를 수입해서 판매하는 나라에서만 살았다면 절대 몰랐을, 트로피칼 기후가 만들어내는 진짜 아보카도의 생김새와 맛을 알게 되면서, 어떻게하면 요 녀석을 더 자주, 더욱 적극적으로 먹을 수 있을까 생각했던것 같다. 여기에 더해 몰캉몰캉한 열대과일들을 거의 연중 내내 먹을 수 있으니까 잘만하면 값싸고 영양가있으면서 맛있는 아침을 제대로 먹을 수 있을 것만 같았다.


우간다에서 첫 장보기를 하러 나간 날, 그 맛있다고 소문으로 들었던 '바카두'(아보카도를 부르는 현지말)를 좀 사먹어보고 싶은데 도대체 보이질 않았다. 작은 시장을 몇바퀴를 휘휘- 돌다가 결국 과일을 파는 어느 아주머니에게 "바카두?"하고 물어보았고, 그녀는 약간 시크하게 바로 내 앞에 놓여져있는 연둣빛깔 커다란 둥근모양의 정체모를 과일로 추정되는 그 무엇을 가리켰다. "에?" 이렇게 생긴게 아보카도 일리가... 거듭 물어도 맞다고하시니 오늘 먹을 것과 며칠 두고 먹을 것을 골라 집으로 왔다.

보기만해도 저 안에 가득 담긴 기름지고 찰진 과육이 그려지며 자동적으로 침이 고인다

그리고 반을 갈라 스푼으로 푹 퍼먹어 본 이 진짜 아보카도의 맛은 그동안 난 그 작고 연약해보이는 그 귀여운 모양의 아보카도에 속고 살아왔다는 배신감이 뒤통수를 때리는 것과 같았고, 동시에 앞으로 여기서 매일매일 이걸 먹을 수 있다는 감격에 가슴을 두근두근거리게 하는 무엇이었다. (먹는 것에 가슴 잘 두근거린다;)


내가 살았던 우간다의 작은 도시에서는 통밀이나 호밀빵 등을 다양하게 구하기도 어려웠고 같이 먹을 수 있는 맛있는 치즈나 스프레드 등을 쉽게 살수도 없었기 때문에, 이 아침식사는 자칫 지루해질 수 있었던 아침식사를 풍성하고 황홀하게 해주기 충분했다.

그래서 필요한 건, 아보카도와 삶은계란-반숙!!(필수), 단호박이나 고구마 종류, 사과, 바나나, 망고, 베리류 등 물기 적은 과일, 그리고 seeds & nuts(호박,해바라기, 아마씨, 호두, 아몬드 등). 여기에 소금 & 후추, 레몬 또는 라임주스와 올리브오일이 얹어지면 끝! 여기에 취향에 따라 사과&바나나가 포함된 경우 시나몬 파우더를 살짝 뿌려줘도 좋고, 반건조 무화과나 살구를 얇게 잘라 뿌려 먹어봤더니 이또한 좋다.


비엔나에는 한국에 비하면 그래도 저렴하게 망고를 슈퍼에서 살 수 는 있지만 저 멀리 페루, 브라질에서 여기 오기까지 얼마나 많은 약품이 과일 위에, 그리고 이산화탄소가 공기중에 뿌려졌을지 생각하면 손이 가질 않는다. 바나나 하나로 족하다. 대신 여기엔 베리베리 다양한 베리류가 있다! 아직 제철이 오지 않아 (이또한 현재로서는 페루,브라질 또는 불법체류인력의 착취된 노동력으로 거대 하우스에서 농사된 스페인산 밖에 나와있지 않다;) 시도해보지 않았지만, 분명 망고에 견줄만한, 좋은 구성원이 되리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생산자와 소비자의 거리를 좁혀주는 다양한 방식의 네트워크가 발달하고, 우리 식탁에 오르는 먹거리의 생산, 수확, 유통 과정과 방식에 대해 계속해서 더욱 친환경적이고 인간과 자연에게 덜 해를 끼치는 것인지에 대해 고민하고, 안전하고 좋은 품질의 것을 찾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다. 그리도 같은 유럽안에서도 기후와 토양 등이 다르니 나름의 트로피칼 과일의 재배가 가능하기도 하고, 또 더더욱 맛좋고 좋은 퀄리티의 이탈리 올리브오일을, 프랑스 치즈를, 오스트리아 야생꿀 등등을 "제철에" 받아 먹어보는 일도 가능하다. 바로 Crowd farming의 방식을 통해서 오렌지,레몬,아보카도 등의 나무를, 아몬드,퀴노아 플랜트를, 벌집을, 심지어 소 한마리를 입양하는 방식으로 값을 지불하고 그 나무나 소가 자연의 순리대로 열매를 맺거나, 젖을 짜서 숙성시켜 치즈가 되는 그 시기에 맞춰 그 시즌에 수확된 생산품을 받게 되는 것이다. 그렇기에 내가 지정한 그 때에 원하는 만큼을 받을 수는 없지만, 그 시즌에 자연이 준 고대로의 것을 가장 신선하게 받아 누릴 수 있는 기쁨은 분명 남다를 것이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올바른 방식으로 성실하게 농사짓는 농부들에게 더 나은 임금을 주고 수익을 보장할 수 있게 함으로써, 계속해서 건강한 방식의 농사를 지을 수 있게 하고 그 혜택을 소비자가 지속적으로 받을 수 있게 하는 선순환구조를 함께 만들어나가는데에도 의미가 있다.


아침밥 얘기로 시작해 오가닉 농산품 판매/구입 얘기로 흘러갔지만, 어쨌든! 하루를 시작하는 소중한 시간에 내 입속으로 처음 들어가는 음식에 대해 남다른 애착과 집착을 가지고, 어떻게 하면 아침식사도 좀더 맛있고 영양좋고 질리지 않게 먹을 수 있을까 고민하며 (현재) 먹고 있는 것들과 그 이야기를 드디어 마무리함!


Crowd farming  홈페이지의 일부 캡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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